필견의 피날레
그렇다. 모든 건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도 훗날 죽음의 부름을 받고, 시대의 아이콘이던 캐릭터도 때로는 뒷전으로 밀려나곤 한다. 당연해서 잊고 있는 이 사실을, <로건>은 전면으로 내세우며 한 배우와 그의 가면이 됐던 캐릭터에게 최고의 찬사를 올린다.
처음 <엑스맨>에서 휴 잭맨은 원작과 달리 큰 키 때문에 코믹스 팬들에게 미스캐스팅이란 비난도 받곤 했다. 그러나 1편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기반으로 휴 잭맨의 울버린은 X-MEN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휴 잭맨의 울버린은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다. 단독 시리즈였던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더 울버린>은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는 원작 훼손이란 비난까지 받았다.
<로건>은 그 모든 기대감과 불신을 껴안은 속편으로 출발해야 했으며 거기에 '휴 잭맨 울버린의 마지막'이라는 어마무시한 부담감을 짚어져야 했다. 영리하게도 이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그간의 작품들과 다르게 '로건'이란 이름을 내세운 것처럼.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를 지켜봤던 팬들이라면 영화 초반부에도 울컥하는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로건>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휴 잭맨이 연기하는 로건의 마무리를 위해 형성된 세계인만큼 암울하고 영상 또한 <로스트 인 더스트> 등의 현대적 웨스턴을 떠올리게 한다. 현란하고 매혹적인 감각이 아닌 거칠고 황량한 영상에서 <로건>은 때때로 로드무비이기도 하고 비정한 대결구도의 웨스턴이기도 하며 'X-MEN'이란 본분을 잃지 않고 SF적이기도 하다.
<로건>의 아이덴티티는 로건과 로라가 겪어가는 드라마 속에서도 존재하지만 액션 속에서도 그 치열함이 여실히 살아있다. 늙어버린 로건(휴 잭맨)의 묵직한 파괴력과 어리지만 제대로 싸울 줄 아는 로라(다프네 킨)의 날렵한 움직임은 <로건>의 잔인한 액션 장면을 가득 채운다. 거기에 때때로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 덕에 벌어지는 (필자가 명명하고 싶은) '가장 느린 액션'에도 드라마가 묻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건 이번 작품이 '휴 잭맨의 울버린'의 작별인사와도 같다는 점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울버린을 위한 최후의 장이지만, 반대로 영상으로 봤을 때 그 울버린이 주는 감동은 배우 휴 잭맨의 연기로 완성된다. <로건>을 히어로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건 스토리부터 영상까지 착실히 쌓은 'X-MEN'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전사가 있기 때문이고, 반대로 휴 잭맨의 영화로 볼 수 있는 건 그의 연기폭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 작품이 기존 X-MEN, 즉 2000년의 <엑스맨>부터 2014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까지 출연했던 원년 멤버들의 마무리인 셈이다. 스토리에서도 그럴 뿐만 아니라 패트릭 스튜어트가 자비에 교수로서 보여주는 연기는 그 눈빛만으로도 팬들을 눈물 나게 한다.
<로건>은 히어로 영화이지만 작금의 그것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이것은 하나의 팬서비스이지만 거기에 작품성이란 깊이까지 더해져 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줬던 실망감마저 완전히 날려버린 <로건>은 적어도 엑스맨 팬들에겐 그야말로 '필견'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