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망치는 주범
3일 만인 것 같습니다. 주말을 잘 쉬고, 어제는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는 바람에 집에서 작업을 하는 날이었답니다. 어제는 간단하게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서 짧은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슈카월드에서 어쭙잖게 주워 들었던, 우리나라만 가족보다 돈과 개인을 더 중시한다는 통계를 듣고,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며칠까지도 말할 일이 없는 동생에게 산책을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베라에 '팥 있는 말차당'이라는 새로 출시된 아이스크림까지 잘 먹고 왔습니다. 동생 덕분에 웃으면서 하루 만보 걷기 목표도 달성했고요.
어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말에 너무 잘 쉰 영향에, 이전에 없었던 월요일 오전 일정까지. 규칙을 흔드는 일이 있으면 저는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규칙을 흔드는 불규칙성보다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급한 성격입니다. 이 급한 성격 때문에 저는 성급하게 걱정하고,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서 진득이 노력하는 걸 어려워하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불안도가 높아서, 그것 때문에 직전의 과정들을 인내하고 버텨내는 걸 유난히 힘겨워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시간을 들인다고 보보장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들은 장기간의 프로젝트들을 하는 데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를 알기라도 하니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뭐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몰랐다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니까요.
사실 요 근래에도 수업은 거의 끝나가고, 이제는 결과물이 반 이상은 나와줘야 하는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하루종일 작업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왜 지금 일본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걸까? 내가 프리랜서를 잘할 수 있을까?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기획자가 주는 레퍼런스대로 작업을 하고 생각 없는 디자이너로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등등 정말 많은 생각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게 많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라며 해야 하는 일을 꾸역꾸역 하고는 있었지만, 참으면 한계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제는 조금 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오늘은 다시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과 열심히 살지 않는 것 중에는 역시, 열심히 사는 게 제일 좋지 않나요? 조급함만 잘 조절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내가 노력한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올거라는 착각은 버리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