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배흘림기둥을 만진다

시간이 주는 따뜻함과 웅장함을 나도 느끼고 싶다

by 이춘노

학창 시절에 수필은 여러 작품을 접했지만, 나는 피천득 작가의 <인연>과 최순우 작가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작품이 기억난다. <인연>이라는 작품은 사춘기 시절의 첫사랑이라는 추억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해서 여러 번 읽으며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하는 작가이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작품은 사실 무량수전이나 부석사는 모르겠지만, 그냥 배흘림기둥을 만지고 싶었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렇게 글을 쓰고 교과서에도 접하게 되었을까? 졸업하고 20년이 흘러서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일반 사람들도 ‘배흘림기둥’은 기억할 것이다.


부석사는 경북 영주시 봉황산 중턱에 있는 절이다. 봉화에서 영주까지 이어진 도로를 타고 와서 다시금 시내에서 외각으로 빠지는 어찌 보면 시골 같은 곳이다. 생각해보면 참 여러 번 영주를 왔지만, 이제야 부석사를 가는지는 모르겠다. 20대에는 절대로 사찰 같은 곳을 가지는 않을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유명한 곳인데, 왜 안 갔을까? 혼자 운전을 하면서 생각을 해봤지만, 아마도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거 같다. 아니면 적어도 그러한 것을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 아닐지.

도착하고는 배가 고파서 고등어 백반을 주문했다. 코로나가 터진 첫해라서 그런지? 아니면 평일에 온 손님이라 그런지? 원래 2인 주문상이 메뉴를 1인으로 해주셨다. 아마 식당에서 먹는 유일한 밥이었다. 그것도 거창하게 먹은 밥이기에 남김없이 먹었다. 그런데 왜 고등어이지? 생각해보니 영주 밑에 안동이 있었다. 그 간고등어를 항상 사다가 부모님께 드렸던 기억이 났다.

일주문을 지나서 부석사를 가는 길은 양옆으로 은행나무가 심겨 있는데, 가을철이라서 자갈과 은행이 으깨진 상태로 있어서 조금 난감했지만, 산책이라고 생각하고 길을 올라갔다. 그래도 몸에는 군살이 있어서 살짝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무량수전을 가는 돌계단은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올랐다. 그렇게 고대하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만날 수 있으니까. 헐떡이면서 오른 계단을 끝으로 도착하자. 반들거리는 기둥이 보인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어쩐지 안정을 위해서 중간 부분을 볼록하게 만든 배흘림기둥은 번뇌하는 중생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일까?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산 아래까지 보이는 경치가 펼쳐졌다.

아. 이래서 그런 수필이 나왔구나. 이제라도 봐서 다행이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그 건물에 대장에게는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량수전에 모셔져 있는 아미타 부처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 앞에서 석등을 보면서도 진리를 밝히는 불빛과 부처님의 자비가 조금 나에게 온다면, 지금의 혼란이 잠잠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경치를 바라보다가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극락은 어디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후에 모든 일정을 접고는 내가 사는 지리산으로 향했다. 역시나 시간이 주는 안정감도 그 고통도 결국은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 아닐지? 이번 여행은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