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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는 커피와 잘 어울린다

7번 국도의 시작 포항 가는 길

by 이춘노

꽈배기 맛집이다. 와촌 휴게소 말이다. 와촌이 어디냐면, 경북 경산시에 있는 포항 방면 휴게소이다. 이미 고향에서도 한참 멀어진 곳이고, 여기 말고도 두 곳의 휴게소를 거쳐 왔다.

추억의 88 고속도로가 사라지고, 고속도로로 변한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그리고 함양도 지났고, 거창도 지났고, 차들이 무척 많아진 대구도 지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미친 듯이 달린 것이다. 오직 거리를 좁히는 그것밖에는 신경 쓰지 않았기에 여행을 떠났지만, 오히려 배는 허전하게 비웠다. 식당에서 뭔가 먹기 어렵다는 껄끄러움도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의 영향이기도 했고, 휴게소에서 뭔가 배를 채우기는 싫었다.

참았다. 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점심시간도 훨씬 지난 오후 2시에 아무 생각 없이 들렸던 곳에서 따끈한 꽈배기에 커피믹스 한잔을 들고 있었다. 예정에 없던 이름 모를 휴게소에서 설탕 가득한 꽈배기에 차에서 조촐하게 식사 중이다.


문뜩 여행이라는 단어와 꽈배기를 먹는다는 상황 닮았다고 느꼈다. 꼬여있는 삶을 대변하는 먹거리와 그걸 뜯어먹어야 해결되는 행위 자체가 묘하게 비슷한 것은 착각일까? 그리고 그 흔한 착각이 나를 이곳에서 꽈배기를 먹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목표라고 한다면, 7번 국도이다. 나는 이번 여행의 목적을 동해안을 쭉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포항이다.


원래 7번 국도의 시작점으로는 부산쯤에서 하는 것이 좋다. 그곳에 경주도 있고, 부산에 있는 지인께서도 숨은 해안변이 많다고 하셨지만, 어디까지나 운전으로 쭉 달리는 길이다. 내 발보다는 내 애마인 엑센트가 달리는 길이기에 동선을 그렇게 잡았다. 서해안의 굽은 길이 아니라 동해안의 경치와 막힘없는 도로를 달리는 것이 너무 하고 싶은 나였다. 그런 점에서 포항은 거리 면에서도 시작점으로 좋았다.

포항 IC를 나와서 구룡포항에 도착하고서야, 바다에 왔음을 알았다. 물론 그렇다고 많은 어선이 가득한 곳에서 동해의 탁 트임을 느낄 수는 없으나, 옛날에 고래를 많이 잡았다는 포구에 짭짤함은 느낄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겠지 싶다. 역시나 포항은 시작점으로 충분했다. 호미곶이라는 곳은 처음 가봤지만, 손 모양으로 여러 번 사진으로 유명한 일출 장소로 유명하다는 것은 봐왔다. 멀리서 조형물이 보이고, 넓은 광장에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혼자라서 편하긴 해도, 군중 속에서는 어쩐지 이질적인 느낌이다. 고로 좀 외롭다. 이제야 바다다운 풍경의 시작점에서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해안 도로를 달렸다. 작은 포구나, 작은 어촌 마을이 나오기도 했고, 경사 높은 산이 나오기도 했다. 공사 중에 흘렸는지, 자갈이 3~4km는 이어져서 공무원들이 치우는 모습도 보면서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밤 풍경이 좋다. 저 멀리 포스코 공장에 야경도 그렇고, 해수욕장의 시원함과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코로나 시국에 길든 습관 속 청량감을 줬다. 갑갑한 마음에 사이다를 단번에 마시는 느낌?

그렇지만, 혼자 먹는다. 그리고 혼자 느낀다. 그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자세이고, 한계이긴 하다. 센스 있는 가계가 운세를 뽑기로 만들어놨다.


‘어디 보자. 83년생은….’


흐르는 대로, 지나가는 대로 그대로 두라옹/ 억지로 건드렸다간 큰 화를 부른다냥.이라고 나왔는데, 점이라는 것이 맞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퍼즐 같은 맛으로 보는 것이니, 그대로 받아들였다. 꽈배기가 커피와 잘 어울리는 것이 그때그때 다르듯이, 내 인생도 그렇겠다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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