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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는 옥수수가 맛집

영덕 가는 길

by 이춘노

‘옥수수를 파네~ 다행이다.’


공복 상태로 영일대 해수욕장을 출발하고, 대도시의 도로에서 해안 도로를 향해 달리는 순간까지 정차해서 먹을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영덕을 들어가기 전에 옥수수 파는 부부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역시나 배 속이 허전하니 운전도 마음도 거칠다. 그러다 아직은 개장하지 않은 장사 해수욕장에 주차하고,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즐기며 옥수수를 맛나게 먹었다. 날씨까지 청명하고, 바다는 더 푸르다. 만약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없었다면,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기 어려웠을 정도로 서로 맞닿은 그 좋은 풍경을 옥수수와 편의점 1+1 캔커피를 마시면서 즐겼다.

본격적인 7번 국도의 드라이브는 사실상 장사 해수욕장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마을을 지나는 작은 해안 도로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쭉쭉 달려가는 7번 국도에서도 즐길 수 있는 해안 길은 속도감과 비례하는 매력이 충만하다.

항구 어딘가에 주차하면, 전망 좋은 식당과 커피 가게가 즐비하다. 단조롭지만, 바다가 있기에 올 수밖에 없는 곳이 동해 아닐지. 그 첫 관문이라서 아마도 꼭 대게가 아니더라도 강구항은 그래서 가볼 만했다.


강구항. 영덕에서도 ‘영덕 대게 타운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어딜 가든 대게 조형물이 있어서 사진 찍기 좋았지만, 혼자 대게를 먹기에는 주머니도 마음도 넉넉하지 못하다. 결국 ‘타이 짬뽕’이라는 식당에서 해물 짬뽕을 한 그릇 먹었다. 국물이나 채소에서 불맛이 만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해장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다. 신기했던 것은 테이블마다 전자식 주문기와 계산기가 있다는 것인데, 맛집에서 느껴지는 신문물에 당황하면서 주문했었다.

한편으로는 먹기 위해서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식욕으로 만들어진 대게 거리에서 짬뽕을 파는 특별하지 않지만, 독특한 장소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게다가 이런 신문물까지 경험하게 해서 특별한 점심을 즐겼다.


주차장이 멀어서 한참을 배부른 나에게 호객하는 대개 집 사장님들을 뿌리치며 걸었다. 맑은 하늘에도 흥건한 바닥. 비릿한 바다 내음과 젓갈 종류를 파는 듯한 짠 내가 항구 거리를 느끼게 했다. 그런 분위기를 즐기며 잠시 걷기에는 좋지만, 나에게는 조금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나는 차를 잠시 몰고 해파랑 공원에 도착했다. 사람들로 가득한 길을 조금만 지나니, 넓은 주차장을 품은 공원이 보였다. 거기다 사진 찍기 좋게 만든 조형물까지. 아까 먹었던 짬뽕이 좀 매웠든지 입이 텁텁하다. 결국 남은 옥수수와 커피를 들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햇살을 즐겼다. 마치 성벽 위에 선 장군이 된 기분처럼 거대한 바다를 느긋하게 의자에서 내려다보았다. 그늘막도 없는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니 피부는 태웠지만, 덩달아서 내 우울함도 말라가는 것 같아서 잠시 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뽀송뽀송해지는 내 마음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혼자 와서 다행이다. 느긋하게 바다도 보고, 짬뽕도 먹었고, 옥수수 맛집에 좋은 카페도 찾았으니’

영덕 해파랑 공원
영덕 해파랑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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