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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회복지

건축가 임우진의<보이지 않는 도시>를 읽고

by 이춘노

‘진짜 사회복지란’


어제 브런치 통계에서 보는 유입 키워드로 발견한 문구이다. 아마도 브런치 작가라면 자신이 올린 글이 타인에게 얼마나 보이고, 관심을 받는지 궁금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런데 가끔은 신경 쓰이게 하는 유입 키워드는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내 이름과 휴직이라는 것을 누군가 검색했다는 것이나, 사회복지 관련 검색 단어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먹는 것과 고양이 글을 쓰더라도 내 직업은 아직까진 사회복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요즘 지방직 시험을 본 필기 합격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서 각종 서류를 발급하는 시기이다. 아마도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이 과연 내가 일하게 될 직업이 무엇인지 막연한 생각을 확인하고 싶은 것 같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사회복지’라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진짜 사회복지’라는 것을 검색창에서 찾아본 모양이다. 아니면 누군가 사회복지 중간고사 시험에 답을 찾기 위해서 찾아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감히 8년 차 직업적 사회복지 관련인으로 말을 하자면, 항상 고민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진짜 사회복지란’이란 질문을 말이다.

서점에서 신작 책을 찾다가 자주 접하게 되는 출판사의 신작을 만났다. 주로 건축 쪽 책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도 도시 관련 이야기책이었다. 물론 임우진이란 건축가는 처음 들어봤다. 그러나 제목과 내용은 잠시 목차를 보더라도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최근에 여행하면서 느낀 점을 딱 작가의 표현으로 와닿았다.

“여행은 자신이 가진 절대가치를 내려놓게 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어떻게 흘려 지나가는 도시와 그 공간을 바라보면서 그런 성찰을 할 수 있을까? 단순한 도시 공간적 설명이 아니라 한층 더 깊은 내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쉽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깊은 고민 또한 생각했다. 사실 요즘 복지의 변화는 ‘맞춤형’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학문적 첫 토론 주제를 교묘하게 바꾼 말 같지만, 한마디로 지역과 개별 수준에 맞게 복지를 알아서 꾸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가 그 변화를 하는 중이다. 아마 내 글을 검색한 어느 지망생도 그 최일선에 근무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현장은 작가의 말처럼 “크든 작든 공간에서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획득됐을 때 그곳에 애착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낀다. 한 공간 지리학자는 애착이 느껴질 때 비로소 공간이 장소로 바뀐다고 표현한다.”라는 말을 경험할 것이다.

아마도 그런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고, 끼리끼리 화목한 공동체와 전체가 편안하지 않은 공동체의 모습도 보게 될지 모른다.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사람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 우리도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과도 경쟁해야 한다. 무척 신경 쓰이는 일이다. 대도시라면 모를까. 일개 지방 소도시에서 그것도 인구가 줄어 가는 지역이 대부분인 곳에서, 사람들이 주변까지 신경 쓸 여유는 보통 없으니까. 나도 그런 고민은 항상 하고 있지만, 작가의 말을 덧붙이면서 이상적인 말을 해보려고 한다.

“공동체는 더욱 굳건해진다. 그 경쟁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계속되겠지만 그 경쟁의 종점은 승리한 이는 있어도 패배한 이는 없는, 모두가 이기는 경쟁이다.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이런 것이 우리는 ‘공공’이라 부른다.”

솔직히 말하겠다. 그냥 이런 이상적인 말은 현장에서 밀려드는 일과 스트레스와 회의감에 금방 잊힐 것이다. 나같이 상처받고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다. 혹은 부당한 차별을 받을지도 모르고, 현실에 무감각해질지 모르겠다. 어쩜 그런 무감각의 삶이 정답이고 실제로는 대단한 일인지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 ‘진짜 사회복지란’을 검색한 사람에게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아는 한 현실성이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복지에서 답은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것 아닐지. 우연하게 겹치는 독서와 질문에 같이 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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