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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12. 2022

톰 형님. 미소가 그대로시네요

영화<탑건 매버릭>을 보고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아마 이런 말은 보통 맞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당시에 얻은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게 본능이고, 상업적 기획자들은 곧바로 반응해 온다. 

  공교롭게도 난 최근 본 영화 대부분이 이른바 속편이다. <범죄도시>도 그랬고, <마녀>도 올해 속편이 나왔다. 전편이 인기가 있었으니, 시간은 걸리더라도 후속편은 나오리라 생각했다. 다만 그것을 보고 나서 느낀 감상이 호불호가 있는 영화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정말 뜬금없이 36년 만에 나온 영화가 있다. 1986년에 개봉한 영화 <탑건>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이다. 내가 1983년생이니까. 동네를 멍멍이와 뛰놀 무렵에 나온 영화이다. 그러나 당시에 영화 내용을 몰랐을 나이지만, OST와 톰 크루즈의 오토바이 타는 모습, 공상 만화에서 나올 법한 이쁘게 빠진 톰캣(F-14)을 기억하는 세대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작이 나오기 힘든 시대에 주말의 명화나 명절에 단골로 틀어주던 영화라서 아마 80년대 초반 나이까지는 제법 익숙한 영화 제목일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툭 잘라서 생략하겠다. 지극히 영화를 봐야 아는 내용이다. 또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그 당시의 감성을 겪은 세대만이 제대로 느낄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느낀 점은 당시에 최신 기종이라고 했던 F-14의 유물화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에 밀려서 최고의 파일럿이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는 메시지는 씁쓸한 현재의 세대공감을 느낀다. 70~80년대 하늘을 지배했던 비행기. 1편의 주인공이자 밀덕(밀리터리 덕후)의 영원한 전투기인 톰캣(F-14)이 이제는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퇴물이 되었다. 실제로도 2006년 무렵에 퇴역했고, 그 후임을 F-18 호넷이 1982년에 실전 배치되었으니, 나와 비슷한 나이다. 

  하지만 서럽게도 호넷도 이제 5세대 전투기와 싸우면 게임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4.5세대 전투기는 차세대 전투기에 점점 밀릴 것이다. 그런데도 영화에서는 그 기체로 불가능할 것 같은 작전을 치른다. 아주 보란 듯이 말이다. 


  영화에서도 톰 형님은 마지막 작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 미래에 대해서 본인의 정체성이 사라질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세대 논리에 끼어서 어디서나 존재감이 사라지는 70~80년대에 태어난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지 싶다. 이미 나를 뛰어넘는 세대는 존재하고, 그것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나면 우리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지. 불안한 세대 심리가 과거의 추억과 함께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찾게 하는 힘이 아닐까.      


  솔직히 기왕에 미 해군이 밀어준 영화라면 F-35C라는 최신 기체가 있는데, 왜 하필 4.5세대 전투기가 주인공일까? 아니 이미 퇴역한 전투기가 왜 나왔을까 싶었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직은 4.5세대 전투기가 더 가성비가 좋기에 해군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아직 우리가 꼭 필요하다는 말. 아니면 나의 세대와 비슷한 F-18 기체도 아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영화에서라도 증명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추억을 담은 스토리의 영화는 세월을 담았고, 아련하게 씁쓸했다. 당시의 영광은 추억이 되고 전설이 되었지만, 사라져 가는 것들이 안타까웠다. 문뜩 영화를 다 보고서 지금의 톰 형님과 36년 전의 톰 형님의 사진을 비교해서 보았다. 물론 나이는 피해 갈 수 없지만, 그 미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묘하게 반가웠던 것은 나뿐일까? 그냥 나도 모르게 오늘은 영화에 흘러나온 경쾌한 음악을 듣고 추억에 빠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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