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도에서 ‘섬소나이’ 해물 짬뽕을 먹다
제주도에 가는 모두에게 난 꼭 추천하는 곳이 있다. 마라도를 갔다면, 다음에는 꼭 우도를 가보라고 말이다. 어차피 성산 일출봉을 가려고 제주도의 동쪽을 간다면, 꼭 가봐야 하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가까운 지인의 적극 추천으로 갔던 우도였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날. 배를 타기 전에도 우도가 보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의 배를 타면서, 육지와 다른 섬나라의 섬에 감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막상 도착하면, 다들 부지런해진다. 바로 우도의 상징 같은 귀여운 전기차와 전동 자전거를 고르는 선택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혼자기에 자전거를 골랐다. 반자동이라는 특성상 오르막도 힘이 덜 들어가는 것이 혼자 여행하기는 딱 맞다.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에 이것저것 담아서 자전거를 타고 우도 해안길을 달렸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 행렬에 나는 잠시 좌우로 빠지면서 추월하는 속도감을 즐겼다. 바닷바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속도에 더해서 시원한 해지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달리는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고 만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남기고픈 해안길의 이색적인 모습들이 나를 가다 서기를 반복하게 했다. 그리고 카페마다 보이는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자연과 인사하게 했다. 그러다 정말 동물 카페를 발견하고는 아예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니’ 동물 카페답게 입구부터 귀여운 강아지들이 손님 발길을 잡았다. 그리고 안을 살짝 보니, 작은 동물원처럼 귀여운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육사 출신으로 우도에 작은 동물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고, 이곳에 동물들은 파양 당하거나 아픈 아이들을 돌보면서 지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은 만질 수 없다. 다만 먹이를 주는 체험은 가능해서 이미 덩치 크신 우락부락한 형님이 혼자서 조심스럽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고, 흐뭇하게 말이다.
고양이도 하얀 멍멍이도 있지만, 미어캣이나 프레디독, 코아티, 미니돼지, 라쿤, 기니피그, 토끼 등. 여러 귀여운 동물들이 있어서 마음껏 눈으로 귀여워해 주고 갈 수 있었다. 이것도 우연한 여행의 즐거움일까?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배가 고프면, 짬뽕을 먹으면 된다.
‘섬소나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보이지 않는 줄이 긴, 해물 짬뽕집이다. 핸드폰 번호로 대기표를 뽑고서,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어차피 기다리는 시간이라면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층층이 다른 빛이 감도는 푸른 바다와 그 안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여행객들. 정자에 앉아서 시간을 즐기고 있으면, 내 주위로 여러 사람이 거리낌 없이 본인들 이야기했다. 여행을 온 이유도 알겠고, 누구랑 왔는지도 알겠다. 그게 부담스러우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역시 제주도에 오면 성시경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제주도의 푸른 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그러다 피식 웃으며 개사를 했다.
‘떠나요 ~ 혼자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그렇게 음악에 빠져 있을 때쯤 알림이 온다. 내 차례다. 자리에 앉아서 붉은빛이 나는 해물 짬뽕과 콜라를 시켜 놓고는 깔끔한 맛의 국물과 보기 드문 면발과 신선한 해물을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맛 평가가 뭣이 중하겠는가. 이미 빈 그릇인데.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입가심을 위해서 바로 옆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나 우도에 오면 땅콩 아이스크림. 보기도 좋은 게, 맛도 좋았다. 짬뽕에 짠맛이 아이스크림의 단맛으로 바뀌자. 문 너머로 보이는 제주 바다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금 음악을 들었다. 성시경의 노래. 그리고 내가 개사한 노래로 다시금 속마음 노래를 불렀다. 이윽고 단맛에서 땅콩의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 저절로 노래가 나왔다.
‘떠나요 ~ 혼자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
그렇게 노래 가사처럼 바다의 속삭임을 듣고, 우도에서 해물 짬뽕과 땅콩 아이스크림을 느꼈다. 둘이어도 좋고, 혼자도 좋다. 결국은 제주에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