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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에서 고양이 카페 가봤니?

다보탑은 대충 보고 고양이랑 놀았다

by 이춘노

7번 국도에 경주도 지난다. 그래서 다시 가본 경주는 참 여러 번 갔지만, 불국사에서 난 다보탑을 보고 역시나 부처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허전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점심까지 먹었지만 좀 서운했다. 너무 많이 온 관광지라서 그럴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양이 카페를 검색했다. 그런데! 불국사에 고양이 카페가 있었다. 그럼 냥덕후가 안 가볼 수 없지. 그래서 가봤다.


고양이 카페 코코


펜션이랑 같이 하는 것 같은 카페에서는 입장료와 음료는 캔이다. 딱히 카페라 하기엔 음료 기대는 패스했다. 입구부터 한 녀석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왔냐옹. 여긴 고양이 카페 코코다옹.”


뭐 요런 느낌(?)으로 우아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이중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양이가 사는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동물 키우는 집에서는 아는 그 냄새. 냥 집사들은 이해한다. 아무리 귀여워도 동물은 동물이니까.

다양한 종류의 고양이들이 각기 자리에서 쉬고 있었다. 보통의 카페에서는 가만히 있는 고양이가 대부분이지만, 여기는 먹이라는 치트키가 있다. 일회용 숟가락과 츄르를 챙기자. 녀석들 눈빛이 달라졌다. 평일 손님도 없는 터라 간식이 반가운 듯. 배고픈 녀석들이 먼저 반응했다.

할짝할짝 숟가락에 츄르를 먹는 모습이 참 귀엽다. 욕심쟁이는 다른 고양이에게 주는 것도 허락을 안 하고 앞발로 휙 하고 숟가락을 잡는다. 여러 번의 앞발질로 배를 채운 녀석들과 아직 못 먹은 아이들의 아쉬움은 오로지 먹이를 주는 사람의 몫이다. 몇몇 녀석들은 눈에서 냥 레이저가 나와서 좀 긴장했다.

대충 먹이를 주고서 캔 음료수를 마시고는 여기저기서 쉬는 냥이들을 구경했다. 음료 보관함에서 쿨쿨 자는 녀석과 계산기 앞에서 자꾸 모니터를 터치해서 소리가 나게 하는 녀석. 창밖을 보면서 무얼 고민하는지 모를 생각하는 고양이와 굳이 좁은 박스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쟁탈전. 박스 안에 들어간 고양이가 이미 있어서 위에서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꼬리를 내리자 불만인 듯 툭툭 치며 견제하는 박스 아파트 1층 2층 고양이. 자꾸 쓰레기통을 쓰러트리는 녀석을 혼내자 소심하게 꼬리를 탁탁 치며 화남을 표시하는 녀석까지. 나이가 많아서 노는 것에는 에너지는 없지만, 고양이 천국이었다.


준비하지 않은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시도에서 가끔 만족을 느끼게 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불국사를 갔으면 사찰이나 구경하고 갈 것이지. 고양이 카페를 가는 것이 이상할지는 몰라도 나는 참 좋았다. 중생을 구제하시는 부처님도 허락하신 불국정토에 있는 고양이 카페니까. 나의 냥덕후 생활을 이해하시겠지?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고양이들과 놀고, 나오는 길에 꾹꾹이 하던 말랑한 냥젤리에 하이파이브하고 나왔다.

역시나 가는 길은 시크한 냥이가 나를 배웅해줬다.


“다시 오라옹.”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래. 나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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