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수, 강릉 아르떼 뮤지엄을 관람하고
이런 걸 가지고 자랑을 해도 될까? 조금은 궁색한 자랑을 하나 하고 글을 시작하겠다.
난 전국에 있는 ‘아르떼 뮤지엄’을 모두 관람했다!
속으로 ‘그래서 뭐?’ 하신 분 있으실지 모르겠다. 아마 인터넷을 검색해서 아는 분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다. 제주, 여수, 강릉 순으로 개관했는데, 공통으로 바다가 있는 관광지에 있다. 뉴스를 보니 곧 부산에도 생긴다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이 3곳이 전부이다. 왜 서울 어느 건물에 파도가 실감 나게 치는 모습을 뉴스로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지 모르겠다.
아마 어릴 때 한 번은 거울로 빛 장난을 해봤을 것이다. 아니면 레이저 빔으로 장난치며 놀았던 시절이 지나고,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 아트라는 것도 신기했던 시절. 정말 빛과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시대가 올진 몰랐다. 우리에게 전시장은 실물이 존재해야 하는 공간이었으니까.
이곳의 테마는 각 지역에 맞는 자연과 대표적인 관광지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꿈같은 세상을 표현한 기술적 측면을 봐야 한다. 이른바 빛과 소리로 만드는 영원한 자연이다. 우리가 실제로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 큰 노력을 투자하지만, 그 장관은 운이 좋아야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은 그것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그 순간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의 루프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신기하다. 실제로는 공간과 거울과 빛과 소리 뿐인데. 이러한 환상적 연출이 가능할까? 여수의 동백꽃이나 여수 밤바다. 제주의 푸른 밤바다 그리고 강릉의 일출 등 기본적 테마는 비슷하지만, 지역의 특색을 뚜렷하게 나타낸 매력이 존재한다.
아마 빛으로 보이는 영상도 그렇지만, 흡입력이 있는 음향은 영상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쯤 나오는 미술관에 온 듯한 세트에서는 다리가 아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곡이 넘어갈 때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미술 작품에 혼이 빠졌다. 마치 유럽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나마 여수는 서너 개 의자가 있어서 앉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 외 지역은 바닥에 앉아서 물 흐르듯 펼쳐지는 미술품을 분위기에 맞는 음악에 맞춰 관람했다. 또 고흐의 작품에서는 몽환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입장료는 비싸지만 잘 왔다 싶었다. 역시 단순한 명화의 감상보다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보니 그림의 문외한이 보기에도 마음을 움직였다.
여기서 잠시 관람의 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이후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면 좋은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씀드린다. 전시관은 제법 큰 공간이 필요해서 주로 외각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보통은 차가 있어야 찾아가기 쉽다. 그리고 대도시라기보다는 바다가 위치한 관광지라서 비가 오는 날에 실내 관광 코스로는 좋아 보인다. 참고로 차가 없는 분이라면 여수는 바로 근처에 기차역이 있으니,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다.
다음은 화장실 문제인데, 제주도는 화장실이 안에 미로처럼 있으니,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화장실을 찾다가 미로처럼 헛갈려서 아이와 엄마가 곤란한 경우를 목격했으니 꼭 유념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 공간은 관람 중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미리 다녀오시길 추천한다. 더 보고 싶은데 나가야 하는 것은 아까우니까.
그리고 단순히 아름다움에 사진을 찍어도 좋으나, 순수하게 느끼고, 이미지를 상상하길 추천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도 본인이 만든 동물 그림이 움직이는 모습은 어른인 내가 해보아도 신기하다. 그럴 때는 어른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과감하게 색연필을 들어 보시길. 내가 그린 동물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흔 살 아저씨도 ‘이거 내가 그렸어!’ 하게 된다.
또 연인들은 어둡지만, 조명이 좋기에 이쁘게 사진이 나온다. 마스크까지 끼고 어둡지만, 화려한 조명이 배경이니 분명 인생 사진은 하나 남기실 것으로 생각되니, 프사용으로 하나 꼭 남기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혼자(!)보다는 여럿이 오시길 간곡하게 추천한다.
아르떼 뮤지업은 이른바 7번 국도의 코스 중 하나였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도 바다도 햇살도 모두 눈부신데,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면서 빛과 소리와 바람이 느껴지는 순간.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사실 모두가 느낄 수는 없다. 어쩌면 진짜에서는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 차량 와이퍼 3단을 하고 달리고 있을지라도, 가짜면 어떤가. 이렇게 진짜 같은 가짜의 경험도 즐거웠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