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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선교장에서 오르간 연주를 듣는다

편견과 어울림에 관해

by 이춘노

살면서 오르간 연주를 들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병원에서 피아노 연주나 길거리 전자 피아노 연주는 들어본 기억은 있다. 아무리 음악에 무식쟁이라고 해도, 오르간이 어디서 많이 보이는지는 아니까. 더욱 나에게는 먼 악기였다. 그래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피아노와 비슷한 악기로, 건반 악기의 일종이다. 파이프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 소리가 나며, 오르간을 연주하는 사람을 오르가니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난 이 연주를 의외의 장소에서 들었다. 바로 강릉 선교장이다. 강릉까지 와서 경포대 말고,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갔던 곳이다. 무슨 99칸의 사대부가 상류 주택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서 입장료도 내고 들어가야 하나 싶지만, 여행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조선 시대 부잣집에 들어갔다.

확실히 있는 집이다. 과거에 부잣집은 이런 모습일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자꾸 머슴들이 살았을 초가집이 신경이 쓰였을까? 내심 내가 과거에 태어났으면 저런 집에 살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현실에 대한 열등감 때문일까? 하여튼 오히려 초가집을 내 집 보듯이 세심히 보고 있었다.


그렇게 여느 민속촌을 구경하듯이 돌고 있는데, 스피커에서 곡 연주가 나오고 있었다. ‘뭐지? 화장실 음악인가?’ 하면서 소리를 찾아 가보니, 좁은 처마 밑에 주르르 앉은 관광객들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열화당의 오르간’ 수요일 오후 2시 반에 시작하는 연주회에 내가 있었다. 익숙한 음악 소리에 끌리듯 와서는 나도 그들 틈에 앉아서 연주를 듣고 있었다. 파이프를 통해서 나오는 음악은 대형 교회에서 나올 법한 웅장함을 느끼게 했다. 신기한 건 이곳은 한옥이고 난 마당에 있었다.

솔직히 전혀 기대를 안 하고 왔던 선교장이었다. 그냥 내가 여기 왔었다는 발 도장을 찍기 위한 이를테면 스탬프 도장 찍기 같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 못 한 연주회에 난 빠져 들었다. 그리고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앙코르를 외치고 있었다.


나름 나의 고향은 국악의 도시다. 어릴 때부터 춘향가는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다. 광한루라는 관광지는 아마 선교장이라는 곳보다 더 유명할 것이다. 그리고 국악 연주도 제법 들었다. 또 서울에서 창덕궁 야간개장에 국악 버전의 이루마의 ‘인디고’를 듣고는 신선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건 더 큰 충격을 줬다. 공무원이 보기에 이런 행사를 추진한 아이디어도 연주자의 노력도 쉽지 않음을 알기에 더 마음에 와닿았다.

문뜩 이루마의 인디고의 음악을 듣고 감동하여서 전주에 이루마 공연하러 갔을 때가 떠올랐다. 어울리는 자리에 그것을 기대하며 모인 사람들. 그것도 참 좋은 기회였지만, 난 창경궁에서 우연히 들었던 당시, 함께 했던 사람과의 마음도 있었던 그때가 더 좋았다.

사실 어울린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어느 면에서 고정관념 속에서 살아온 것은 아닐지? 편견을 깨준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난 그날도 추억 하나를 얻어 갔다. 그런 점에서 여행이란 것은 참 신기하다. 이렇듯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니 말이다. 뭐, 이런 이벤트라면 천만번 놀라도 싫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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