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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아야진 해수욕장에서 무지개를 보다

작은 변화가 세상을 크게 바꾸기도 한다

by 이춘노

내 자동차는 7번 국도의 거의 마지막인 강원도 고성까지 왔다. 오는 도중에 주유를 몇 번을 했던지? 아마 돌아가는 길도 멀겠지만, 더 위로 가는 것은 의미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리산에서 고성까지 오면서 많은 것들을 보았지만, 뭔가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반환점으로 찍은 곳은 ‘아야진 무지개 해안도로’였다.

막연하게 이름이 너무 이쁘다. 혹은 세련된 느낌이랄까? 그리고 무지개 해안도로라니. 얼마나 감성적인가? 그래서 더는 무리하지 않고, 그곳에서 마지막 바다를 보기 위해 달렸다.


고성이라는 곳은 태어나서 처음 왔다. 강릉도 먼데, 그 위로 양양과 속초가 있고, 그다음이 고성이다. 보통 통일 전망대로 유명하지만, 그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정이었으니까. 그냥 이름이 이쁜 이 해안도로만 보아도 뿌듯했다.

사실 동해는 항구마다 매력이 있다. 각종 시설도 즐비했고, 사람도 많았다. 그렇지만 작은 해수욕장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냥 시골 어촌 마을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람도 적은 곳에 쓰레기를 줍기 위해 나오신 노인 일자리 어르신들이 보였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일하시는 그분들을 보고 있자니 지리산이나 동해나 별반 차이 없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싶었다.


‘산이나 바다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하지만 별 것 없을 것 같은 그곳에는 무지개가 있었다. 정말 동해를 다니면서 바닷가와 도로 경계의 돌들이 그토록 색다르게 보이기도 처음이었다. 사실 단순하게 돌에 페인트를 바른 것뿐인데. 나는 기분 좋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요즘은 그냥 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 유행이긴 하다. 내가 사는 곳도 그렇고 여수도 그렇고, 관광지마다 벽화가 있다. 간혹 바닷가 주변에 지붕 색을 통일해서 지중해 분위기를 연출하는 지역도 있다.

물론 그것들에 비해서는 참 소박한 변화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너무 대단한 생각 아닐지? 이러한 아이디어를 낸 누군가에게 경외심이 들었다. 별로 다를 것 없을 어촌 마을에 변화를 준 무지개 돌. 이름처럼 센스 있는 풍경이다.


가끔은 멀리 돌아온 길이 결국 출발점이고, 막상 이뤘던 것이 별것이 아녔다는 일들이 생기고는 한다. 사실 나를 찾기 위해서 떠난 여행인데, 결국 내가 크게 변하리라 생각했던 걸까? 많은 기회와 작은 노력으로 크게 변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리라는 것. 솔직히 마음속으로 품고 있었다.

브런치를 하면서도 큰 포부가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책도 내고 작가가 되겠구나 싶은 마음. 남들이 쓴 글이 내심 부럽기도 했고, 질투도 느끼긴 기간들. 그런 마음들 속에서 내 노력은 거창한 꿈에 비해 얼마나 있었나 싶다. 나는 그냥 보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무난한 삶을 원했다.


그런데 변했다. 저 무지개 돌을 보면서 말이다. 뭐라도 했기에 자신의 이름이 생긴 아야진 무지개 해안도로처럼. 나도 지금 하루하루 글을 올리며 내 글이라는 돌덩이에 색을 넣는다. 그렇게 하나하나 색을 넣다 보면 나도 내 이름이 생기겠지? 나도 내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겠지? 또 뿌듯한 글을 쓰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지. 아니 그래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아야진에서 반환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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