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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다

제발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세요

by 이춘노

여행을 가면. 종교를 떠나서 난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을 가보길 권한다. 사실 유명한 교회도 좋다. 아니면 성당도 좋다. 어떠한 지역이나 역사를 따져봐도 종교 시설은 당대에 최고 건축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찾고 의지하는 모두의 장소이니까.


양양에서 마지막으로 무엇을 볼까 고민하기 전에 미리 정했던 장소가 낙산사였다. 아마 강원도 영동지방에서 빼어난 절경 중 하나로 화재와 복원 뉴스로 제법 접했을 문화재이다. 2005년 무렵에 큰 산불로 여러 문화재가 소실되어서 안타까웠지만, 막상 먼 거리를 갈 수 없어서 이야기로만 들었던 곳이다.

참! 미리 한 가지 방법으로 말하자면, 조금 넉넉한 마음으로 시간을 잡아서 관람하길 권한다. 솔직히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보통 사찰의 규모보다 참 큰 곳이다. 그리고 장소마다 잠시 머물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확실히 너무 걸었다. 장거리 운전도 그렇지만, 하조대에서 기운을 몽땅 빼고서 다시금 넓은 사찰을 돌기에는 관람 마감 시간도 임박했다. 아마 7번 국도에서 가장 아쉬운 일정이 아녔나 싶다. 그만큼 볼 것이나 마음에서 오는 안식은 세속적 번뇌를 씻고도 남았다.

나도 제법 사찰을 다녔고, 경주에 불국사나 순천에 송광사 등 제법 부처님께 인사드렸다. 그래도 영주에 부석사와 비슷하게 빼어난 모습은 몇 년 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역시 지리적인 이점을 충분히 살린 고찰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낙산사에 관해서 많은 글이 존재한다. 세세한 사진과 설명은 많이 있다. 그래서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사람이 느끼는 가장 근본적인 불안한 심리. 즉 번뇌를 이곳에서 정화할 수 있는 그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거창한가? 그래 봐야 사찰일 뿐인데.

만약에 입구부터 웅장한 건축물과 담벼락에 무늬로만 본다면 이색적이었지만, 나는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의 꿈을 말하는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


해수관음상을 가는 길에 나무숲 길에 리본으로 자산이 이뤘으면 하는 꿈을 적어 달아 두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났는지. 그 길은 리본 길 그 자체였다. 더러는 로또가 되게 해 달라는 꿈이 많았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연인과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는 다양한 소망이 쭉 이어진 길로 만들어졌다. 한 번 지나가 보면 알 것이다. 그 꿈의 길이 어떠한 기운으로 와닿는지. 서울 남산타워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 같은 이끌림이랄까?

그래서 나도 그곳에 소망을 담아 몇 자 적었다. 마치 이곳을 그냥 넘어가면 행운이 떠날 것 같아서 정말 간절하게 내용을 담았다.

"마흔부터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해 주세요."

나약한 인간이 결국은 절대자에게 구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설령 그것이 소망으로 끝나는 허무한 외침일지는 몰라도, 그만큼 간절하기에 탐욕처럼 보인 저 소원들. 아니 다르게 본다면 그 자체가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누굴 저주하기 위한 주술도 아니다. 나와 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은 쌓이고 쌓여서 긴 희망의 길이 되었다. 솔직한 고백과 바람들이 모여 사찰도 종교적 여느 시설도 권위를 갖게 된 것 아닐지?

그래서 나는 종교는 없지만, 펭수와 같은 행동을 한다. 꼭 그곳에 대빵(펭수 표현을 빌려본다.)을 찾아가서 인사를 한다. 모두 돌지는 못 했지만, 가장 높은 곳에서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해수관음상에 인사들 드리고, 내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의 나약함이 그 꿈을 무너트리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속으로 외쳤다.

딱 관람 시간이 끝나기 얼마 전까지 난 해수관음상이 바라보는 바다를 보면서 살짝 다짐해본다. 나의 꿈이 이뤄지도록 내가 노력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해수관음상과 바다와 나에게 말해 본다.


“제발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세요.”


사실 어쩌면 이 기도는 나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아녔을지. 돌아보니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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