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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하조대 가는 길

좀 멀리 주차를 했더니 오래 걷고, 주변도 많이 보았다

by 이춘노

하염없이 걸었다.


너무 먼 곳에 주차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생각보다 먼 곳에 주차하고 보니 다른 사람보다 고생한다는 후회 말이다. 내가 지금 그렇게 후회하며 걷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조금의 손해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별 것 아닌 것에 짜증을 내는 그런 순간이었다.


양양이라는 곳에 들어서자. 근처가 휴전선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휴게소 이름이 ‘38선 휴게소’ 라거나 많은 군용 차량과 시설들이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양양의 첫 여행지는 하조대(河趙臺)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해수욕장에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니 무작정 걷기만 했다. 이미 걷기 시작하고 후회하는 내 뒤로 관광객 차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해는 떠서 더운데, 바다가 보이지 않는 길은 사뭇 내가 사는 지리산 마을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불만이 가득할 무렵에 녀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냥이들은 먹이를 찾아 서성이고 있었다.

딱 봐도 새끼 고양이들이 나를 보고 대나무 숲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포장도로에 음식물이 있었는지. 바닥을 웅크리고 있다가 인기척에 뛰어 도망간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냥집사로서 먹이를 주고 싶었지만, 무섭다는 표정으로 경계하는 녀석들은 얼른 가라는 귀여운 위협만 하고 있었다.


‘걷기로 운동도 했고, 좋아하는 고양이도 만났다.’


그렇게 짜증 나는 마음을 버리니 금세 어쩌면 첫출발이었을 주차장에 도착했고, 하조대 등대와 정자를 차례로 둘러볼 수 있었다.

너는 누구냐?

이곳 일대는 기존에 달려온 해안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온갖 기암괴석과 바위섬들로 이루어졌지만, 주위의 울창한 소나무 숲은 묘한 절경을 이룬다. 아마 금강산 쪽을 가면 이런 모습이 쭉 이어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하조대 정자 앞 소나무는 애국가 동영상 첫 소절에 실려있다고 한다. 참 좋은 경치를 흥건하게 흘러내린 땀과 더불어서 챙겨 운 생수를 마시며 즐겼다. 미지근 했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상쾌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뜻밖의 또 다른 선물

가벼운 마음을 갖고 하산하니, 행운처럼 산중 카페 고양이가 입구에서 나에게 인사를 해줬다.


“이보게 냥집사. 급할 거 없으니, 좀 쉬었다 가시게~”


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느낌은 물론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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