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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ug 03. 2022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사람이 살면서 꿈도 사라지면 너무 서글프잖아

  나는 서울에 오면 광화문 교보문고를 꼭 갔다. 지금이야 대형 서점이 각 지역에 입점해있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광화문 교보문고는 나에게 신세계였다. 지역에 작은 서점을 수십 개는 모아 놓은 듯한 곳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은 뭐라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벅찬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서울에 일정에는 광화문이 있었다. 


  그런 일정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코너가 있었다. 제9회 브런치 작가의 탄생. 사실 신작을 저렇게 홍보해주는 경우도 드물다. 정말 유명한 작가가 아니고서야 사진까지 나온 대대적인 홍보는 쉽지 않기에 영광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심 나도 브런치를 하는 입장에서 이른바 공증된 작가의 탄생을 부럽게 한동안 둘러보았다. 나 또한 솔직히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저 자리에 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작가 응모를 했으니까.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한데, 나는 의외로 처음보다 지금은 나의 글쓰기에 힘을 빼고 있다. 


  2020년 12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미리 써둔 원고가 있었기에 무난하게 합격했고, 병원에 대한 주제로 글을 올렸다. 그때의 목표는 구독자 1,000명이 되는 것이었다. 사회복지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비매품이지만, 책도 만들었다. 그래도 아마추어 작가 지망생이 구독자 1,000명은 꿈이라고 말해도 좋았다. 아마 100명도 넘기기 힘들기에 주변 지인들은 애써 큰 기대를 말라고 미리부터 충고를 해줬던 시절.

  참 재미가 없긴 했나 보다. 구독자는 쉽게 늘지 않았고, 조회수는 더더욱 한 자릿수가 많았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작가의 도전의 시작이나 현재도 그럴 것이다. 복직 후에 일을 시작하면서 그래도 매주에 한 편 이상은 쓰려고 마음먹고, 꾸준하게 글을 올렸다. 

  병원에 관련된 글도 다 쓰고 나서는 내가 만들었던 책의 원고를 다듬어서 올려도 보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면사무소 고양이도, 하두 먹을 것을 좋아하니 음식 주제로 글도 써보았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글을 써오는 중이다. 


  그러다 올해. 나는 내 인생의 일대 중대한 선택을 위해서 잠시 쉬고 있었다. 아마 그 상반기가 나에게 글을 참 쓰기 싫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 정확히는 지난가을을 기점으로 글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브런치로부터 독촉 알림을 받고서야 마지못해서 글을 썼다. 그렇게 정말 모든 것을 다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버렸다. 

  인생에서 두 번째 휴직. 공직생활이나 일반 사기업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알 거라 생각하지만, 내 공직의 앞길이나 평판은 바닥을 쳤을 것은 뻔하다. 그럼에도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은 타인의 배려도 있었고, 무관심과 비난도 함께 있기에 한동안 아픈 몸을 두고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리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먹으면 모두 쏟아 내기를 몇 달을 지내보니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다. 

  흔히 말하는 마음에 병은 시나브로 몸도 병들게 한다는데, 그것을 몸소 깨닫고는 염치를 모르고 쉬게 되었다. 다 포기하고 방구석에 누워 있다 보니, 좋아하는 애니도 한계가 있었다. 전쟁 다큐도 지겹게 봤고, 그래도 브런치가 매일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남의 글을 읽는 것을 즐겼다. 아마 그 방구석 폐인 무렵부터 타인의 브런치를 읽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스타일이나 목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책을 홍보하거나 본인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사업 혹은 본인의 이름의 가치를 높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브런치 작가는, 모두 관종이니까.  그렇게 남의 글을 읽고, 과거에 출판사 멘토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글에서 자신을 얼마나 내보이는 것이 작가의 글이 진정성을 갖는 기준이다. 그렇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작가가 되기 어렵다."는 말. 말도 어렵지만, 실천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작가명도 숨기지 않고, 촌스러운 내 이름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글도 되도록 힘을 빼고 쓰고, 나를 찾아 주시는 작가님들 특히나 하트 날려주시는 분들 글은 꼬박꼬박 읽었다. 요즘에는 소심하게 댓글도 달아서 감정 표현도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두렵지만,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는 여행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찍어둔 사진을 풀어서 하나씩 그때의 메모와 결합해서 글을 써가는 중이다.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기 시작했다. 또 내가 초반에 쓴 글을 읽고 하트 흔적을 남겨주시면 부끄럽게 과거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확실히 최근의 글보다 날카롭고, 어두우며, 마음이 무겁다. 돌이켜보면 난 글로 타인에게 상처가 주는 글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그만큼 화가 많이 나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하고 또 부끄럽다. 지금이라면 그 상대에게 진심으로 사과도 하고 싶다.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고 하지만, 글쟁이는 글이 칼이 되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는 건데, 그러지 못했다. 반성한다. 


  이제 브런치는 나에게 현실 이면에 다른 공간이다. 일종의 도피처이지만, 그것도 나의 일상이다. 솔직하게 내 이름도 걸고 쓰기 시작하면서는 내 모습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나를 드러내는 것이 좋은가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아마 나도 이 글을 읽는 작가님들도 그 경계에서 고민을 할 것 같다. 

  하지만, 관종은 타인에게 상처나 해를 주지 않는 이외의 글에서는 모두 열어 두어야 한다. 이른바 나쁜 글만 아니라면 떳떳하게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시도 속에서 마음을 여는 연습 중이다. 또 마음에 병도 치료하는 중이다. 그래서 애초에 어두운 성격이 어디 가지 않겠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좋을 글을 쓰고 싶은 것이 목표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나도 책을 내고, 진정한 작가라고 불리는 날이 오겠지?


  그렇다.

  나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게 꿈이다. 그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라면, 나 스스로로 납득을 하면서 이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마흔이 되는 기점으로 내가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또 구독자가 처음 목표한 1,000명이 된 기점으로 부족한 내 글을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내심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먹는 이야기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내 속 마음을 툭 터놓고 글을 써본다. 그리고 말해본다. 


  "관종들이여~ 우리도 교보 문고에 책이 진열되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글을 써봅시다. 글쟁이들 답게 꿈을 갖고 함께 노력합시다. 그리고 부족한 내 글 읽고 흔적 남기신 감사함을 좋은 글로 답하겠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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