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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ug 08. 2022

수제비 먹다가 행운을 받았다

네잎클로버가 정말 행운을 준다면

  토요일, 단골인 수제빗집에 모처럼 방문했다. 사실 나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었다. 그냥 집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으려다가, 그 밀가루 금단 증상이 순간 도졌다. 소박하게 식사를 하겠다는 며칠 전 다짐은 ‘얼큰 해물 수제비 곱빼기’로 끝났다. 역시나 먹던 거로 달라는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는데. 

    

  “삼촌, 이거 찍어서 주변에 보여줘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것은 딱 봐도 네잎클로버 같았다. 저번에는 나에게 귀한 걸 나눠주셨는데, 오늘은 꽃을 담듯이 이쁘게 보여주셨다. 얼른 사진을 찍고, 감사하다며 인사드렸다. 사실 저번에 주신 것은 책 사이에 고이 넣어서 보관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꽃병에 담긴 생화처럼 다시 보니, 참으로 신기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본인만이 가질 행운을 나눈다는 점에서 잔잔한 미소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오늘의 수제비는 행운이었다. 차에 항상 두고 다니는 책에 있는 네잎클로버를 지니고부터 소소한 행운이 찾아오긴 했다. 글감도 잘 떠오르고, 좋은 책도 잘 보이고, 사람들을 만나서 밥도 얻어먹었다. 그리고 그릇이 넘칠 듯한 해물 수제비를 받아 들고, 먹으려는 순간에 종업원이 하신 말씀.    

  

  “우리 어제까지 휴가였는데, 마침 오늘 오셨네.”     


  나에게 먹을 복. 수제비 행운은 기가 막히게 따라붙는 것 같다. 읽고 있던 책을 덮어 놓고 먹는 데 열중했다. 오늘따라 홍합이 유난히 많이 들어간 것 같다. 한참을 골라내고 먹었는데, 수제비와 홍합을 함께 씹으니, 식감이 더없이 좋다. 국물도 얼큰하니 땀도 흐르며 속이 저절로 풀렸다. 참 행운이 깃든 하루이다.      


  초등학교 때.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풀밭을 뒤졌던 시절이 떠올랐다. 솔직히 나는 네잎클로버가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는 모른다. 찾지도 못했기에 관심도 없었고, 그런 미신은 믿지도 않는다. 

  항상 행운과 비껴간 삶이었고, 늘 부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 나에게 그런 것들은 다 허울 좋은 말장난 같았다. 그토록 간절하게 빌었던 행운은 쉽게 오지 않았으니까. 행운이 없다고 믿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살아왔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갈망하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그 못난 여우처럼.     


  하지만 오늘은 그냥 수제비를 먹고, 더불어서 행운까지 얻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큰 행운 말고, 소소한 행운이 누군가의 나눔으로 이루어졌다고 말이다. 그래서 욕심쟁이처럼 혼자 갖고 있으려다가 주변에 나누려고 글을 써본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오늘 소소하게나마 행운이 깃들이길. 기도하고 소망한다. 

지난 번에 주신 행운은 책 속에 곱게 보관 중이다.
행운의 출처, 남원 큰집 해물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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