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 맛도 좋은 곰 젤리

묘하게 하리보를 끊을 수 없다

by 이춘노

내가 아마 유일하게 먹는 과자가 하나 있다면, ‘하리보’이다. 이른바 곰 젤리라고 하면 마트에서 자주 보는 것인데, 나이를 떠나서 이 곰돌이 모양 간식이 뭐라고 마트에 가면 두 봉지는 챙겨 넣는다. 사실 마흔이 되고 보니 이런 딱딱한 젤리를 먹다 보면 턱이 아프고, 치아에는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묘하게 끌린다. 단순히 몇 개 집어 먹으려고 개봉하고 보면, 이미 한 봉지를 다 먹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으면 자괴감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아무리 딱딱해도 씹다 보면 중독성이 강해서 껌을 씹듯이 먹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중독이라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자세히 보면 파인애플(투명색), 레몬(노란색), 사과(초록색), 라즈베리(빨간색), 오렌지(주황색), 딸기(다홍색) 여섯 가지 맛이 들어있다. 솔직히 그냥 모르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그 색에는 맛이 다 달랐다.

아마도 처음에 접한 이유는 귀여운 곰돌이 모양 젤리라서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귀여운 캐릭터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것이 생각해보면 좀 잔인하긴 하지만, 확실히 먹기 시작한 이유는 이 곰돌이 모양 때문이었다. 어릴 때 즐겨 먹었던 왕꿈틀이보다는 비주얼 면에서 너무 대중적이다. 그래서 그럴까? 부담감이 없이 먹었다. 귀엽기에 하나, 맛있어서 하나,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곰돌이 한 마리씩 입안에 넣고 씹는 재미가 쏠쏠했다.

과거에는 곰(?)이 곰을 먹는다는 잔인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름 이런 중독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중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뭣이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런 곰 젤리를 즐겨 먹는 것과 악필이지만 메모를 충실히 하는 습관, 물처럼 커피를 마시는 것. 그리고 요즘은 어떻게든 글을 쓰려고 하는 마음 정도이다.

일부의 나쁜 중독처럼 담배나 술이나 도박에 빠진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내 취미는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펜에 욕심이 좀 있어서 1년에 수십 자루 펜을 사 모으는 것이나 독서를 위해서 책을 주문하고, 좋은 노트를 구매한다고 해도 1년에 백만 원이나 지출하려나? 게다가 글쓰기는 돈도 들어가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인가? 내 버는 돈에 비해서 정말 일부만의 지출만으로 중독이라는 것이 만족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 말이다. 그리고 소박하게 해온 내 중독이 점점 쌓이고 있다.

읽고 있던 책이 방바닥이 차분하게 탑으로 올라가고 있고, 노트에는 빼곡하게 나의 일정이 정리되어서 언제든지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매일 쓰고 있는 글들은 언젠가 책을 만들 정도로 보관되어 있다. 그래도 좀 기쁜 중독이라서 살짝 기쁘다.


다만, 커피와 곰 젤리는 좀 줄여야겠다. 건강도 그렇지만, 턱이 아프고 살짝 이가 좋지 않아서 중독의 메뉴에서 기호 식품으로 살짝 단계를 낮춰야겠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커피를 마시고, 곰 젤리를 질겅질겅 씹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시도해야겠다고 살짝 다짐해본다. 아무리 그래도 사놓은 젤리는 먹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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