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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먹는 여자 그리고 나

남원 <일품대패>에서 볶음밥을 만나다

by 이춘노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유독 볶음밥을 즐겨 먹는 사람이 많다. 점심 메뉴가 동일한 사람도 있는데, 참 잘 볶인 밥알을 숟가락에 담뿍 담아 한 입에 "앙!"하고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동료에게 항상 그런 모습을 글로 남겨 두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먹고 있었다.

숙성 삼겹살

사실은 볶음밥이 주 메뉴는 아니다. 먹자고 했던 것은 삼겹살이고, 시원한 소주이다. 추운 겨울에도 사람들은 그런 메뉴에 빠져서 좁은 공간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이미 두꺼운 외투는 득한 구운 고기 향이 가득할지 모르겠지만, 먹는 도중에는 그것도 잊고는 뒤집고 자르기를 반복했다. 나도 그런 한 무리의 사람 중 하나로 대행스럽게 참 고기를 정갈하게 굽고 자르는 후배가 있었다.

곱게 잘라준 고기를 집어 먹으면서 잔을 밑으로 잡고 '짠~'을 외친다.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라, 유리의 청아한 소리가 둘이 아닌 셋이 되어야 나는 고운 울림으로 말이다.

그리고 각 테이블마다 지글거리는 고기 굽는 소리와 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넓은 공간은 이미 소음의 포화 상태이다.


그렇게 시계를 보는 것도 잊을 쯤에는 배도 부를 참인데, 마지막 후식은 고민을 한다. 시원한 냉면을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따뜻한 국수가 좋을지? 그것도 아니면 탄수화물 가득한 볶음밥을 선택할지 말이다.

이번에는 점심마다 보았던 볶음밥을 먹는 직원이 생각나서 강하게 어필한 끝에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미 고기로 기름이 가득한 곳에 밥과 참기름과 김가루 등으로 불판은 커다란 밥그릇이 되었다. 그리고 뜸을 들인다. 밑바닥이 타서 얇은 검은 코팅이 생길 때까지 말이다. 이때쯤에는 모두 불판을 응시하고 있다. 다들 배가 부를 텐데.

볶음밥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맛이 참 무섭다. 또 아는 맛이라서 더 즐겁다. 무미 건조하게 점심에 계란과 두유만 먹는 나보다는 훨씬 즐거운 식사를 즐기는 사람을 생각하니 내심 부러움도 생겼다. 그래서 이토록 볶음밥을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만났던 인연들도 따지고 보면 아는 사람이니 즐겁고, 또 보는 것이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나는 사람이고 싶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볶음밥처럼 알차게 준비된 사람이면 좋겠다. 그러자면 밥도 고슬고슬하고, 김가루도 풍성하고, 씹을 만한 내용도 있으면서, 고소한 마음도 있어야겠지? 그렇게 잘 어울리면서 살아간다면 인생 마지막은 지금처럼 즐거울 텐데.


마지막 잔을 입안에 넣고, 한 숟가락의 밥 덩어리를 나도 야무지게 먹었다. 먹으니 좋았고, 맛있으니 좋았지만, 함께하니 더 기쁜 하루였다. 나는 오늘 볶음밥 먹는 남자니까.

남원 <일품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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