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인력거꾼인 김첨지는 그렇게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 한 그릇을 사 왔지만, 못 먹고 죽어버린 상황에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있다.
어릴 적에 작품을 접하고, 그토록 먹고 싶은 것이 있을지 싶은 생각이 있었다. 확실히 어린 마음과 어른이 된 사람이 갖는 감정은 몹시 다르다는 것은 군대를 가서 알았다.
여름 군번에 입대하고, 사람이 흘리는 땀보다 먹는 물이 부족한 부대 상황에서 훈련 후에는 너무나 간절하게 탄산음료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휴가만 나가면 꼭 1.5리터 탄산음료를 마시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그렇게는 못 마셨던 100일 휴가를 보냈다. 당시에는 단순한 생리적 갈망이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이기에 못 마셨던 탄산음료일 뿐인 상황에서는 다른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서른 무렵에 스테이크 한 조각에 대한 갈망은 그것과 결이 달랐다. 사당역을 지나가는 도로에 있던 편의점 야간 알바를 위해서 난 꼭 아웃백을 지나야 했다. 솔직히 별 것 아니게 지나칠 수 있었던 것 같으나, 어쩐지 지나가면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나는 편의점 야간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고, 끼니를 때우는 식사비는 오천 원만 넘어도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그런 내가 패밀리레스토랑을 갈 처지는 분명 아니었다. 그래서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슬쩍 보기도 했고, 생일 파티에 거창한 축하 소리도 유리창 너머로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난 그 스테이크 한 조각. 정확히는 아웃백에서 거창한 칼질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렀다.
서른 무렵에 아르바이트생은 마흔이 되었고, 공무원이 되었다. 덕분에 식사비는 5천 원 이상은 써도 되는 풍족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우연하게 아웃백을 갔다. 솔직히 입사 후에 정신없이 살다가 우연하게 아웃백에서 고기를 썰다가 한 입 먹고는 그때서야 과거를 떠올렸다. 어찌 보면 그만큼 간절함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당시에 느낀 감정이란 것은 단순한 질투가 아녔을지. 나에게는 없는 것을 즐기는 타인이 부러웠던 것 같다.
적당히 익은 고기를 한 입 오물오물 씹고는 창밖에 풍경을 보니 비가 내린다. 아마도 오늘이 나에게는 운수 좋은 날인 것 같다. 삶의 굴곡이 있었지만, 비가 오는 날에 이곳에서 스테이크 한 조각을 먹고, 적어도 김첨지의 한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