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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짜장 곱빼기로

남원 <미소 반점>에서 인수인계를 시작하다

by 이춘노

"형은 뭐 드실래요?"


"음.. 간짜장 곱빼기로!"

사실 막내 직원이 탕수육을 시켜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냥 보통을 시켰을 것이다. 괜히 눈치 없게 혼자 곱빼기를 시켰다. 게다가 인수인계로 사무실 가는 도중에 덤으로 사주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 적게 먹었어야 했나 후회를 하기도 전에 주문은 끝났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거의 중국집이 있었다. 하물며 산내면이라는 지리산 부근에도 있었고, 초임지였던 곳은 백종원 선생님도 다녀간 중국집이 대박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몰랐지만, 세상에는 중국집에 없는 면소재지도 있었다. 밥도 중요하지만, 간편하게 야근하면서 먹을 중국집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막내 직원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약속 장소를 중국집으로 먼저 정했다. 평소라면 얼큰한 짬뽕을 시켜서 땀을 흘리면서 먹고 있겠지만, 가끔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짜장면이 먹고 싶다. 아니다. 기왕이면 간짜장이 더 좋다.

미리 만들어 놓은 짜장 소스가 아니라, 뭔가 조리된 간이 찐한 소스를 깔끔한 면에 넣어서 젓가락으로 비벼 놓으면, 나도 모르게 군침이 뚝 떨어질 음식. 그게 먹고 싶었다.


쓱쓱 비벼 놓은 면을 입안 가득 넣고 소리 내며 먹었다.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하다가 씹다가 다시 흡입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입가는 이미 검은색으로 변했다. 정말 먹은 티 팍팍 내는 음식으로 딱 좋은 간짜장이다.

그리고 약간의 면을 남겨 놓고, 갓 튀긴 탕수육과 면을 함께 한 번. 또 탕수육 소스를 찍어서 한 번. 아무리 남자 셋이라고 해도, 오늘 점심은 과식을 했다.

주말이지만, 인수인계를 위해서 모인 두 남자와 덤으로 끼어서 얻어먹고는 함께 일하러 간 나도 배부르게 먹었다.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은 좀 서글프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세명 모두가 찍먹파였다는 점이라서 분쟁(?) 없이 조용히 맛을 음미함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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