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대를 모른다.
우선 인사가 시작이다

복지직 이 주무관의 사회복지직 개론 2장

by 이춘노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무관심이다. 악성 댓글보다 무댓글이 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말은 새삼 사람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농담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앞에 있는 나의 침묵은 프로다운 고민에서 오는 짧은 연산과 인적 사항 입력에서 오는 키보드 소리 외에는 필요 없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떠드는 것은 잡담이다. 한마디로 밑천이 없기에 시간을 지연하는 꼼수다.


무작정 신청서를 들이미는 것은 민원인이 확실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그렇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질문은 중요하다. 그럼 어떠한 질문을 시작할까?


“무슨 일로 오셨어요?”

인사와 더불어 친절하게 묻는다. 바쁜 와중에 번호표로 부를 때에도 어렵게 관공서의 문을 열고 들어온 분들이다. 나름의 이유는 분명 있다. 오래 일하면 대충은 짐작하지만, 그래도 묻는다. 그만큼 사연은 다양하다. 우리 모든 지침에 앞장에는 목차 이후에 제도의 발자취가 있다. 그리고 전년도와 뭐가 다른지 설명해 준다. 그건 일단 지나치자. 우리가 질문하는 이유는 그 지침의 제목과 신청 자격을 묻기 위한 첫인사다. 우리는 얼굴만 봐서 상대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역술인도 아니다. 그렇기에 방문하신 목적과 간단한 인적 사항을 묻는 시작은 차분하게 또 친근하게 접근해야 한다.


첫인사.

그리고 상대의 인적 사항으로 검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 질문의 내용을 더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각 지침의 신청 자격과 구비 서류 정도는 외워두자. 꼭 전부 알 필요는 없다. 작은 면사무소나 허둥거리지, 큰 행정복지센터는 각 분야의 전담으로 창구에 앉아 있는 우리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그 첫인사와 서류 안내에서 자신의 얼굴을 신경 쓰라고 충고한다. 지침은 당장 외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이 얼굴에서 드러나는 건 우린 가끔 망각한다. 표정과 말투. 그리고 질문을 해서 알았을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기계적인 태도는 가뜩이나 어렵게 찾아온 민원인에게 불신의 골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신청서류도 헛갈리는 상황이라면? 이후에 참사는 더 말하지 않겠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대의 얼굴은 어쩌면 내 모습을 비춘 거울 같은 것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친절하게 질문하고, 신청서류를 안내했다면 잘하는 것이다. 물론 그게 계속 이어지는 번호표를 뽑는 네버 엔딩 민원 줄이라면 흐트러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미소는 잃지 말자.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엿하게 나라 봉급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니까. 대충의 지침과 신청 자격 및 서류를 암기했다면, 다음 민원인을 만나기 전 질문을 해보자.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친절하게 묻는다.


“어떠한 업무를 도와 드릴까요?”

그러한 사람을 박대하는 민원인은 우리가 상대하는 민원인의 과반수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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