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누구와 제일 오래 있던가?

복지직 이 주무관의 사회복지직 개론 3장

by 이춘노

“주사님. 저녁이 없어요.”


“주말에도 나와야 해요?”


신규 공무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솔직히 난 선거 사무도 해야 하고, 축제가 있으면 동원된다는 말과 기관단체 행사에 얼굴도 보여야 한다는 말은 차후에 말했다. 혹시나 일을 그만둘까 봐. (실제로 놀리려고 말했다가 역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정말 신규 시절이나 업무 강도의 정점에 있다 보면 어느 직장이나 그렇겠지만, 사무실에서 살게 된다. 게다가 성격까지 꼼꼼하다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무실을 벗어나기 힘들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노인 일자리 때문에라도 8시 이전에는 출근하고, 각종 상담과 출장으로 뒤로 미룬 신청서 입력은 퇴근 시간 이후에 몰아서 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공무원은 저녁이 있고 주말이 있다고 했던가. 미안하지만 세상에 그런 직장은 법적으론 있어도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법적으로 보장된 삶이 있다는 것에 감사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신규들은 애초에 그런 생각은 없이 워라밸을 기대하며 첫 출근을 한다.


미안하다.

선배지만 이런 말밖에 못 한다. 아무리 박봉이라고 하지만, 명색이 공무원이다. 어느 회사가 돈을 주면서 돈 준 만큼만 일을 시키겠는가? 초과근무 수당이 있고, 산불 근무 때 밀린 일을 주말에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적어도 다른 민간 기업에서 하는 업무에 비해서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복지센터나 기관은 실적을 위해서 무임금 노동이 강요되는 세상이다.


사무실에 갔더니 조용히 안부만 묻는 흔히 말하는 어른들. 그분들이 일 안 하는 계장님 같아도 폭설에 삽을 들고 염화칼슘 뿌린 억척같은 공직생활을 해오신 짬(?)이 있다. 실무를 잘 모르는 것 같아도, 전반적인 업무를 다 해본 분들이 보기에 신규들 역량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올라오는 보고서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게다가 요즘은 일 안 하는 계장도 거의 없다.


“아~ 이번 신규는 ~”

사람 좋아 보이는 그분들의 미소에서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미 신규의 쓰임을 골똘히 고민하는 분들이다.


그럼 흔히 말하는 계장 밑에 직원들은 어떨까?

더 미안하다.


최소한 대부분의 업무는 대충 알기도 하면서도 실무는 더 잘 안다. 주변을 다 둘러봐도 신규보다 월등히 능력치가 높다. 주변이 사실상 모두 지침인 것이다. 책으로 지침을 봤다면, 사무실에서 살아있는 지침을 챙겨두길 권한다. 옆자리 혹은 같은 공간에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신규를 떠나서 모든 직장 후임자에게는 로또 같은 상황이다.

평일에 출근하고, 야근하고, 주말에 나와서 각종 행사에 업무를 하면서 가장 오래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도 잠들어서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직장 동료일 것이다. 그들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살아있는 지침을 멀리하는 순간. 흔히 말하는 사회복지 공무원 생활은 진심으로 꼬일 것이다.

공무원 신규 월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신규들은 들어오고, 적은 월급에도 우린 일을 해야 한다. 그것도 받은 돈 이상으로 말이다. 적당히 일을 하고 살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일을 못해서 몰랐거나 아니면 안 했거나 누군가 대신 일을 해주고 있는 것뿐이다.

경력직도 아니다. 신규가 자격증이 있다고 바로 뭘 알겠나. 시간만 지나면 달아주는 군인 계급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후임 온다. 그렇다고 업무는 줄어들지는 않는다. 더 늘어나거나 혹은 과거 실수에 난처할 수 있다. 오히려 그땐 몰랐으니까 지났던 공문을 보고 얼굴이 화끈거릴 수 있다. 내가 보인 실수가 후임이 모르진 않을 것이다. 공무원의 전자 공문은 보존기간이 준영구다.


당장은 돈이 들어오고, 뭔가 신규라서 넘어가는 일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디서든 병아리에게는 귀여운 시선을 주니까. 하지만 병아리의 귀여운 모습은 쉽게 변한다. 어중간한 중닭이 되어서 관심도 없어진다. 어디서나 똥만 싸는 모습에 구박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얼른 어른 닭이 되어야 한다. 알을 낳던지. 새벽을 알리는 존재가 되던지 말이다.


그러자면 지금의 귀여움으로 최대한 주변에 큰 닭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배우길 바란다. 그 상황에서는 다 이해해 줄 거다. 배우고 또 익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른 직원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처음 생각한 워라밸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


냉정히 말해서 왜 선배가 후배를 챙겨야 하는가?

후배한테 일을 시키려고? 어차피 기대가 제로인 신규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후배들 챙겨봐야 돈 더 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뭘 해줄 게 있던가? 업무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실수만 연발하는 직장 동료는 모른 척하면 선배는 맘 편하다.


책임이란 것.

업무 분장이란 것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주무관의 이름은 신분증에 책임이라는 목걸이를 만들어준 것이다. 병아리라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시 감사는 신규도 받는다.

그러니 병아리의 귀여움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주변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베풀기를 바란다. 주변 사람들도 다 안다. 신규가 힘든 것은 말이다. 그래서 못해도 그냥 넘어가기도 하지만, 조금만 잘해도 빛이 나는 것이다. 정말 일에 자신이 없을 때는 의지해도 좋을 주변 동료가 있다면, 다행이다. 적어도 병아리의 귀여움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니까.


책상에 지침도 읽지 않고, 마음에 살아있는 지침도 적다면 지금 당장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힘들다고 넘길 정도로 공문과 민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실 이 말은 신규도 선배도 평생 품고 일해야 하는 다짐 아닐지. 나 스스로도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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