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직 이 주무관의 사회복지직 개론 4장
“주사님. 우리가 보도자료까지 써요?”
행사를 앞둔 신규 표정이 좋지 않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작은 행사 하나에 계획서에 대상자 섭외와 회의 자료 및 보도자료와 사진 등. 그게 끝나면 결과 보고서도 써야 하는데, 각종 보고서야 그냥 작년 공문을 보면 된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보통 작년 자료가 컴퓨터에 없거나 내용이 다르다. 근심 가득한 표정에 모니터에는 제목도 정하지 못한 보도자료 양식이 그대로이다. 안쓰러움에 한 번 쓰고 보여주라고 하는데, 그 마음을 안다.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말이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하겠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사회복지 글쓰기 수업인 <복서원>에서 한 권의 책을 만들면서 내 글쓰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거기에 탄력을 받아서 2020년 12월에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300편 가까이 글을 올리고 있다.
주된 주제는 병원과 우울증. 혹은 휴직과 복직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다. 정말 장편의 글을 쓰는 작가님들에 비해서는 티클 같은 분량이나 나름 나도 원칙을 가지고 글을 쓴다. 최소한 A4 한 장 이상의 분량을 올리고, 남을 비방하는 글은 쓰지 않으며, 힘들어도 일주일에 한 편은 발행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그럭저럭 2년 반을 진행하는 나의 브런치 작가 생활은 열심히 노력 중이다. 주된 독자층은 데이터로 보면 40대와 50대 여성분이 많다. 또 흔히 노출되고 잘 나가는 주제는 고양이와 음식이었다. 물론 서평도 가끔은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그건 정말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처음에 독자층을 생각하지 않고, 내 이야기만 올렸을 때는 글에 대한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나름의 고민으로 여러 주제로 글을 써보면서 ‘작가 이춘노’라는 글의 형태가 조금씩 나오긴 했다.
아마도 ‘신규 사회복지 공무원’이라는 한정적인 독자층을 설정하고 글을 쓰는 것은 인기가 없다. 자주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이 관심은 보여주셔도 결국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왜 갑자기 보도자료 이야기를 하다가 내 글쓰기 역사를 이야기하느냐고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미 핵심을 파악하고, 나올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 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글을 쓰는 목적. 바로 그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하고 쓰라는 충고다.
간혹 보고서를 쓸 때. 중간 검토자인 계장님의 의견을 건너뛰는 비상식적인 신규를 보기도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요즘은 전자 공문 결재 시스템이다. 수기 결제는 정말 중요한 것만 진행하지, 수기 결재마저도 결국은 스캔 작업을 해서 전자 결재를 받는다. 흔히 말하는 신규들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작업을 비난하기 이전에 본인들의 보고서 작성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길 바란다.
나도 보고서와 보도자료가 좀 버겁다. 왜냐면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충의 독자층을 생각하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보고서와 보도자료는 명확하게 독자가 정해졌기에 그 사람들의 마음을 최대한 읽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고서를 쓸 때 보통 얼마나 투자하는가? 작년 자료를 불러와서 내용만 수정한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새로운 사업이거나 그럴 수 없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럼 결재권자는 그것을 얼마나 검토할까? 아마 좀 꼼꼼하게 본다고 해도 10분은 넘지 않을 것이다.
억울한가? 나는 한 시간 이상을 아니다. 2~3시간을 고민해서 쓴 것인데, 결재권자는 5분도 안 읽는다. 그리고 뭔가 지적한다. 질문을 하시는데, 답답하다.
“왜 그것도 모르지?”
실무자로서는 법령과 지침을 보여드려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문구 몇 자다.
그럼 입장을 바꿔보자. 결재권자는 본인 보고서 말고도 읽을 것이 많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고, 민원도 제법 세다. 나름대로 바쁜 분들이다. 대충은 알고 있어도 세부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 그런데 말이다. 독자인 결재권자가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을 보고서에 올린 사람이 문제일까? 아니면 결재권자가 그것을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걸까?
그리고 수많은 기사 재료가 존재하는 기자가 어떤 자료를 선택하는가를 우리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홍보를 위해서 올린 사람은 우리인데 말이다. 그래도 소재가 좋아서 한 번 봤더니, 글은 엉망에 사진은 정말 엉터리로 찍어 올렸다.
과연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독자를 위한 글도 안 쓰고 투정 부리는 것은 신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용납이 안 된다.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보도자료이다. 게다가 공문서 작성법 등 책이 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배움터> 같은 사이트에서는 강의도 존재한다. 물론 어렵다. 이런 글을 쓰는 작업이 공문과 민원 응대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짬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과중한 업무에 하나 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독자를 생각하는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상담을 할 수 있을까? 남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우린 너무 자기 말만 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이제 신규 직원의 질문에 답을 하겠다.
“주사님이 하는 일을 알려주는 고마운 작업이니, 열심히 쓰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쓸 테니 곧 익숙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