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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복지직 이 주무관의 사회복지직 개론 5장

by 이춘노 May 03. 2023

  신규자 A 주무관이 고민한다. 교육을 다녀왔는데, 실무가 늘지 않는다. 분명 신규자 교육을 다녀왔지만, 오히려 일이 어색하다. 솔직히 감 떨어져서 적응하기 어렵다. 그리고 '뭔가 자주 교육 공문이 오는데, 이걸 꼭 가야 할까?' 고민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교육 대부분 참 쓸모없다. 공무원 교육이란 것은 참 형식적이라서 실전형 교육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사회복지에서는 더욱더 그런 면이 많다. 보통 공무원은 1년에 8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부서의 평가도 달려 있지만, 개인의 승진에도 교육 점수는 필수다. 게다가 80시간 중에는 필수 교육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교육이 있어서 신규자는 신규자 교육 다녀오면, 다음 8급(지방사회복지서기) 승진까지 교육 점수로 문제 될 일은 전혀 없다.      


  오히려 실무를 하는 사람은 교육이 참 쥐약이다. 교육하려면 필수적으로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 게다가 교육 장소가 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본청까지 가려면 투자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근무지를 벗어나서 기분 전환이 될 수는 있어도 내가 보기엔 교육은 실무자에게 업무의 연장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런데도 가야 하는 교육은 꼭 챙겨 간다. 이를테면 실무자 간담회나 지침 변경에 따른 교육 등. 당장 알아야 하는 질문사항 가득한 시간은 세종시라도 가야 한다.      


  다만 신규 공무원들에게 각종 사회복지 교육은 자체적으로 걸러야 하는 것도 많다. 난 법학을 조금 배웠다. 명확한 답이 없는 혹은 내가 깨달음이 없는 교육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복지 교육이 일종의 정신교육 같다는 편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좋은 시간에 유명한 강사를 모시고, 좋은 이야기 들으면 물론 좋다. 하지만 그것도 레벨이 맞아야 이해를 하는 것이다. 실무도 잘 모르는 신규가 전문 사례를 들어서 뭘 어찌 알겠는가? 듣는다고 적용 가능한가? 교육 들었다고 다 할 줄 알았으면, 수험생이 갑이다.   

   

  한 번은 교수님이 오셔서 알코올 중독에 관한 세미나를 했었다. 당시에 난 행려자 담당자였고, 다양한 기관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기에 한껏 기대했다. 그렇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다. 확실히 교과서로 배운 복지와 실전 복지는 용어의 전문성과 비례해서 한마디로 실전은 똥이다.

  그래도 단체 강의에서 내가 감명받은 교육은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 강의였다. 그것도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에 일반 교육 강의임에도 사회복지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 외에 내가 찾아서 듣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교육은 별 의미 없다.      

  당장 신규가 급한 것은 공문서 작성법이나 발표에 관한 꿀조언 아닌가? 아니면 엑셀 수업을 듣는 것? 복지의 사례관리나 기타 복잡하고, 좋은 말만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행복이음(복지직 전문 시스템) 사용 방법 아닌가?


  근무시간에 교육 듣고 퇴근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에는 부족한 당신에게 조언한다. 틈나면 지침 보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온라인 강의를 챙겨 봤으면 한다. 나라 배움터에서는 공짜로 보고서나 글쓰기 강좌도 열어 준다. 아니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도 친절하게 시스템 교육 영상을 열어 준다.


  어렵게 신규자 교육 다녀왔다면, 다른 교육은 걸러서 들어야 직장에서도 생존한다. 우리의 기관장들이 교육 출장 보고를 잘 모를까?

  솔직히 모른다. 누가 갔는지는 관심 별로 없다. 그래도 빈자리는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유가 교육이라면 조심스럽게 셈하고 있을 것이다. 교육을 간만큼 잘할 거라는 기대치에 부흥하는 직원이 돼야 편안한 보고도 가능하다.

  주변 직원들은 어떨까? 사회복지직은 조직 내에서 외딴섬이다. 그들도 우리 업무를 모르지만,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교육을 갔으면 당연히 업무 능력이 늘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사실 너무 교육 제목이 거창하지 않던가? 그리고 복지직이라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직은 전문직이니까. 그런 동료들에게 교육을 간 당신의 빈자리는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본 적 있던가?

     

  나는 좀 독특한 교육을 받았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에서 하는 <복서원>이라는 10개월짜리 장기 교육이었다. 두 달에 한 번은 오송에 가야 했고, 한 번 갈 때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교육 출장을 가야 하는 참 눈치 보이는 교육이었다. 그렇다고 그 긴 시간을 받아서 그 시간만 활용했는가?

  물론 아니다. 목요일 점심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교육에서 단순히 검토받는 수준에 글 검수만 있었다. 그 외의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개인 시간에 이뤄졌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만들었다.      

  다들 그런 말을 한다. 그렇게 교육을 가서 책을 쓰느냐고, 물론 나는 그렇게 말했다.

  

  "10개월이 내 교육 기간이었다"


  개인 시간의 투자 없이 혹은 노력 없이 뭔가 변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말고, 노력하고 실무를 하다 보면 최소한 주무관의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일단은 지침과 보고서와 시스템 사용법이 우선 아닐지. 노파심에 조언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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