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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02. 2023

알던 직원이 그만뒀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공무원의 송별사

  “어! 왜 그만두지?”


  사무실에서 나온 혼잣말에 사내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불과 올해 초에 정기 인사 발표 후에 저녁에 치맥을 먹었던 직원이 7월 1일 자로 그만둔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렇게 남 일에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일했던 직원이기에 호기심보다는 아마도 걱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만둔다는 말을 듣고서야,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으로 애썼다는 말을 건넸다.      


  공무원에게서 6월 말이나 12월 마지막 날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심란한 시기이다. 보통은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이 올라오고, 겸사겸사 휴직자와 복직도 이뤄진다. 그리고 드물게 이렇게 그만두는 사람도 생긴다.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을 하시는 분들은 그간의 공직생활을 잘 마무리했기에 그렇겠지만, 젊은 나이에 그만두는 분들은 안쓰러움보다는 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름도 몰랐던 직원임에도 검색해 보았다.

  아마도 6월 30일은 그간 내린 비 때문에 비상근무와 복구 작업에 온몸이 피폐해진 상황이라서 더 그런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20대였다면, 저 명단에 내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번 6월은 감정이 참 묘한 상황이다.


  앞서 말한 대로 알던 직원이 그만두는 것은 처음은 아니다. 14년도에 입사하면서 내가 떠나보낸 사람도 꽤 많다. 뭐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 시험을 다시 봐서 가거나, 도청으로 가거나, 인적교류로 지역을 옮긴 경우다. 그래도 그걸 떠나서 단순하게  그만두는 사람의외로 많다.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와는 다르게 젊은 직원들에게 지방직 공무원은 적은 봉급에 개인 시간도 없는 그야말로 해보니 아닌 직업이었다. 게다가 악성 민원에 절대적인 보호가 없는 상황에서 참다가 마음의 병으로 약을 먹는 직원도 많은 편이다.       


  불과 작년에 나도 그랬다. 이젠 아니다 싶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살면 더 편할 것 같아서 더 정확히는 삶을 포기하려는 딱 그 순간이었다. 과감하게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상담을 하면서 과장님이 그래도 한 번 잡아 주셨다. 정확히는 과거까지 생각하면 두 번째일까? 그렇게 마지막으로 일을 해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이곳에 복직했다.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밝은 모습으로 최대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그렇게 나를 잡아 주셨던 선배이자, 상사가 이번에 퇴직하셨다. 우연한 기회에 퇴직 축하 자리에 참석해서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거에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함께 담은 모든 표현을 담은 꽉 잡은 악수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홍보전산 쪽에서 사진을 담당해서 찍어 주시던 선배님도 한 분 계셨다. 함께 퇴직하시는 그분도 나에게는 사진의 스승 같은 분이었다. 이웃 돕기와 행사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때 함께 있었고, 본의 아니게 옆에서 나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내가 과감하게 사진을 찍고, 적정한 구도를 잡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행사 중간중간 남는 시간에 대화를 나눠서 친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휴직을 걱정해 주시는 말을 들었다. 떠나가는 와중에도 말이다.


  이제는 내가 힘들어도 나를 잡아 줄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그만큼 내 주변에서는 사라지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히려 나는 후배들의 고충을 듣고 적절하게 상사와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곤란한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내 코가 석자인데, 후배까지 챙길 여력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만두는 후배에게 애썼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참 오지랖이 넓다.


  2023년의 6월을 마무리하면서 매분기마다 비슷하지만, 항상 처음처럼 그들을 보낸다.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식상하지만, 해줄 말이 이것뿐이라서 미안한 남은 자의 송별사가 오늘은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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