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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Dec 15. 2023

작은 호랑이들은 겨울에 야옹한다

겨울에 길거리 고양이들은 어떻게 살까?

  겨울에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바쁘다. 평소처럼 상담도 해야 하지만, 연말연시라고 물품이나 현금 기부도 들어오면 배분 업무도 함께 진행하니까. 게다가 연말이라는 특성상 모임과 각종 지출에 결산도 더불어 준비하느라 달력은 이미 빼곡하게 차버린다.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겨울의 어느 날에 상담을 마치고 집을 나서는데, 야옹거리는 작은 맹수를 만났다.  어르신 말로는 집고양이가 아니라는데, 사람을 제법 잘 따르는 애교 덩어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런 고양이들은 시골집 어느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서 잘 먹고 잘 자는 그런 녀석들이다. 그래서 털도 곱고, 사람에게 친숙한 표정이다.

  반면에 시내를 조금 나서서 걷다 보면 겨울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식빵 굽는 고양이도 제법 만난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모습은 시골 고양이들과 다른 좀 처량한 모습이다. 눈도 아닌 겨울비에 날씨는 풀렸지만, 음식점 주변에서 서성이는 모습은 짠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다가가기는 참 어려운 존재.

  여기 족발집 벽면에 집을 만들어 준 고마운 사장님이 많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차갑기만 하다. 특히나 겨울에는 말이다.


  가끔 나는 그 지역에 고양이를 보면서 사람들의 넉넉함을 느낀다. 복지를 하면서 경험한 일종의 사랑의 온도랄까?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야박한 곳은 사람의 온기도 별로 없다. 지역에 기부의 수치가 높다고 한들 그것을 체감하는 사람이 적은 것은 주변의 따뜻함이 적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올 겨울은 이렇게 비가 내리지만, 제법 온도가 올라간 따뜻한 겨울이다. 그래도 겨울은 춥다.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어느 날 내리는 눈에 냉기를 느끼기 충분한 계절이다.

  내일은 눈과 추위가 온다는 예보로 가득한 가운데,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섬세함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지? 고양이도 사람도 추운 겨울에 사랑의 온도는 오르면 오를수록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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