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는 사람의 표정에서 '너는 꼭 갈 거 같아.'라고 묻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형식적으로 물었는데, 내용을 보니 그럴만했다. 바로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온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홍보에 관심이 많았고, 글까지 쓰고 있으니, 어른들도 납득하시고는 곱게 보내주셨다.
여기서 충주시 유튜브를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충티비>를 검색해서 한 편 보시기 바란다. 대충 두 편 보는데 3분도 안 걸린다. 참고로 이것은 충주시에서 정식으로 올리는 홍보 영상이다. 여기서 강의를 하는 김선태 주무관은 정식 업무 분장의 공무원 일(?)을 했는데, 공공기관 탑이 되었다. 솔직히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관공서 유튜브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리고 알아도 안 본다.
기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마 우리 쪽에서도 어렵게 모신 강사이다. 충주에서 남원이면 얼마나 멀겠는가? 차를 타도 3시간은 걸린다. 특히나 젊은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서 난 공무원답게 앞이 아닌, 그렇다고 뒤도 아닌 중간쯤에서 실물을 영접했다.
정말 영상과 실물이 똑같았다. 카메라 마사지라는 것이 있다는데, 제작비가 없어서 폰으로 촬영하다 보니 실물이 더 좋아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강의는 공무원 답지 않은 집중과 적극성과 공감을 하면서 유익했다.
단순하게 본인이 왜 이 업무를 하게 되었고, 좌절과 고난을 거쳐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수많은 곳에서 강의했고, 견학을 왔다 했다. 처음에는 노하우를 전수할 맘은 0%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다 줘도 문제없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왜?"
이유는 "알려줘도 못 따라 한다."라는 말에 다들 공감의 웃음이 터졌다. 그렇다 우리 조직에서는 절대로 나오지 못할 영상이 나와서 나도 구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충주시라는 곳을 익숙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 본의 아니게 그곳에 축제도 대충 알고 있다.
아마도 영상을 한 편 보면 그리고 공무원이라면 이런 영상을 올린 사람보다도 결재를 해준 상사를 신기해할 것이다. 의외로 시장은 좋아했겠지만, 관료인 공무원 조직에서는 저런 성과도 독이다. 비공무원분들은 저 사람이 유명하니까. 뭔가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공무원들은 안다. 저거 다 빛 좋은 개살구다.
일단 저 엄청난 조회수의 수익은 0이다. 아마도 관공서이기에 수익 창출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성과급이 있는가? 또 월급이 오르냐? 상을 주는가?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전혀 없다. 승진도 동기와 같이 했고, 주무관이 어떤 성과를 내어도 그 과실은 상급자의 것이지. 본인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게다가 업무는 잡다하게 많다.
예산(?)은 들어보니 생각보다 적었다. 60만 원가량의 예산으로 저 정도의 성과를 냈다면, 사기업에서는 과연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솔직히 저물어가는 페이스북을 이어받아서 유튜브를 하면서 얼마나 하기 싫었을지가 느껴졌다.
일한다고 성과를 냈다고, 칭찬은 받을지는 모르지만 그건 결과이다. 과정에서 오는 충돌과 견제가 적지 않았을 것은 당연하다. 조회수 2를 기록해도 흔히 말하는 어른들은 승진하는데 문제없다. 굳이 오버해서 문제를 일으킬 이유는 없다. 더구나 실무자는 더 그렇다. 욕심을 갖고 업무를 최고까지 올렸다치자. 그럼 그다음 근무자는 어찌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마도 저 자리는 당분간 김선태 주무관이 맡을 것이다. 어떤 미친 공무원이 저 자리에 가고 싶겠는가.
조금 의외였던 점은 본인은 유튜브에 출연하기 싫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첫 영상을 보니 본인은 안 나오고 시장님만 나왔다. 그리고 유명해지기 전에 나온 영상을 봐도 컨셉을 잡아서 그랬다기보다 억지로 하는 것이 느껴져서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졌다.
나도 기억하기를 공무원이 아닌 친구들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공유를 해주면서 내용이 속이 시원해서 더 끌렸던 것 같다. 지방직 공무원 하지 말라고 동생한테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를 않아서 이게 현실이라고 보여준 기억이 난다. 그만큼 재미와 현실과 홍보를 적절하게 섞어서 올린 영상은 서울시를 이길 정도로 지자체 브랜드 파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홍보라면 어느 정도 관심이 많다. 기획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관내에서는 페이스북을 활용한 홍보를 주로 담당하니까. 내 이름을 치면 꽤 많은 게시물이 있다. 다만 올리면서 좀 가식적인 것 같아서 최근에는 내 방식으로 감성을 넣어서 짧은 홍보를 중점적으로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나도 이런 엽기적인 것을 올린 자신은 없다. 오히려 내 이름 이춘노를 걸고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개인적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속편하다. 이유는 공적인 이야기는 나의 결정만으로 올릴 수 없기에 자체 검열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글을 쓰는 나에게도 이번 교육은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강사는 자기만의 컨셉을 가지고, 정말 꾸준히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 알리 싶은 것을 마구 넣어서 길게 하지 말고, 짧은 것을 하라는 조언에서 나도 참고할 가치가 충분했다.
아무래도 어느 분야에서 1등을 찍은 사람의 조언은 해본 사람의 경험에서 오는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일에서 오는 현실의 벽이나 앞으로의 아이디어 고갈에 대한 걱정. 출연을 했을 때의 주변 지인들의 우려.
소심한 나도 질문을 했다.
"본인도 출연하기 싫은데, 다른 주무관들은 어떻게 섭외를 하시나요?"
역시나 여렵다, 유명해지자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 대답에서 주무관의 고뇌가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공무원 주무관이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절대 되고 싶지 않은 자리에 있는 김선태 주무관의 앞으로를 기대하면서 다음 업로드를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