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전화 내용으로 급한 대로 면차(1톤 트럭)를 몰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갔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2월부터 5월까지는 산이 있는 지역에는 산불이 가장 핫하다. 생각해 보면 산이 없는 곳이 있던가? 우리나라는 위성지도를 보더라도 푸르다. 많이 줄었다고 해도, 야생동물이 곳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는 산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런데 이런 푸른 세상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사람들은 모른다. 6.25 전쟁 이후에 벌거숭이 산이 많은 곳에 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하면서 붉은 깃발로 '산불조심'이라는 문구는 자주 봤을 것이다. 이것은 구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항상 산불에 대기 중이다.
봄철에는 각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말마다 산불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공무원이라고 주말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선거와 산불 근무를 해보면 알게 되는데, 평일은 물론 주말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산불감시요원이 있고, 이렇게 산불이 나면 소방서와 시청 산불진화대가 출동한다. 또 의용소방대원들도 출동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입구부터 차량 진입이 어렵기도 하다.
다급하게 갔던 곳에서는 이미 소방차가 와 있었고, 밑에서부터 타오른 불길이 위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제법 안쪽은 검게 변한 지형에서 피어 오른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단순하게 물을 뿌린다고 꺼질 것은 아니었다.
일단 상황파악을 위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면과 시청에 보고를 한다. 과연 여기서 마무리가 될까? 역시나 면차에 설치된 진화 장비로 산을 타고 올라가자, 탄내가 연기와 함께 밀려왔다. 불길이 확 타오르면 위험하겠지만, 잔불을 정리하면서 줄을 끌로 올라갔다. 참 위험하고 고된 일이다. 이미 장갑은 물 묻은 검정 재로 가득해서 오히려 장갑이 미끄럽다.
중간중간보고를 위해서 통화를 하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윽고 헬기 소리가 났다. 하늘에서 뿌리는 물이 비처럼 내리고, 잠시 밑에 내려가보니 소방차와 시청 진화대까지 출동해서 차와 사람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고성과 물펌프 진동, 헬기가 오면서 들리는 소음까지 하니 통화 자체가 어려울 정도이다. 아마도 전쟁터라고 하면 포탄 소리 뺀 상황과 비슷할까?
다행히 불길이 잡혔다. 그리고 헬기가 사람들이 가기 힘든 곳에 불씨를 잡기 위해서 열심히 물을 퍼 날랐다. 총 3대가 출동했고, 다녀간 횟수는 정확하게 세어보진 않았지만, 출동 후 2시간 만에 그래도 더 크게 번지지 않고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만약에 밤에 불이 났다면, 헬기 지원도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산까지 오는 길에서 차량 진행도 어려웠겠지. 낮에 진화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마무리를 위해서 떠 다니는 헬기와 장비 정리를 하는 사람들 틈에서 검정 빛 재로 가득한 신발과 옷가지는 산불의 피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절에서 사는 백구가 내 몸에서 탄내가 나는 것 때문에 그런지. 자꾸 킁킁거린다. 온동 탄내로 진동한 상황에서 기분 탓이겠지만, 원인 모를 누군가의 불씨로 산이 타버렸다. 아마도 등산하던 누군가의 담배꽁초가 문제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2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더욱 다행인 것은 그나마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모두의 고생으로도 제법 넓은 지역의 푸름은 지키지 못했다. 옷이야 빨면 되겠지만, 한동안 이곳은 검은 자국을 담고 살겠지? 후각이 예민한 백구도 탄 냄새가 익숙해지고, 사라져도 회복되지 못할 상처가 남는 것이다.
꽃이 피는 계절이다.
산이 좋아 떠나는 사람에게 간청한다. 제발 산불 조심은 합시다! 그리고 지금 도로를 달리는 저 산에 푸르름을 지키는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감사하면서 계절을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