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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13. 2023

너무 많이 주셔서 배 터집니다.

단골집 남원 <큰집해물칼국수>에서 수제비를 먹는다

  단골집의 장점은 뭘까? 일단 메뉴 주문이 간단하다. 늘 먹던 것을 말하면 아니면 문을 들어서는 순간에 사장님이 묻는다.


  "얼큰 수제비 곱이죠?"


  난 그럼 그냥 대답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것은 뭐가 있을까? 일단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양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이른바 곱빼기 삼촌인 나는 일단 열심히 먹기 때문에 몰랐지만, 일반 그릇이 아니라 곱빼기 전용 그릇으로 먹는다. 또 알아서 반찬이며 물을 찾아 먹는다. 그리고 불필요한 반찬은 안 주시기 때문에 음식 낭비도 적다.


  내 글을 쭉 봐주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난 밀덕후이다. 밀가루 음식 중에서 라면과 수제비를 너무 좋아한다. 건강 때문에 그 양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단골 수제비집에서 한 그릇 비워야 속이 편하다.


  나의 재미없는 일상은 평일은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저녁에는 조금만 일하고 가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눕는다.

  주말은 또 별 것이 없다. 토요일에는 아침에 병원을 가거나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잔업을 하고 퇴근길에 수제비를 먹으러 가는 코스다. 그것이 매주 거의 같다. 몸이 안 좋거나 혹은 주말에 피치 못하게 약속이 있어서 타 지역을 가는 것이 아니라면 난 수제비를 먹는다.


  다행인 것은 섬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집으로 가는 길에 단골 수제비집이 있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주말을 일로 허비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복직을 하면서 최대한 야근을 줄이려는 방법 중에 하나다.


  정말 재미없이 살지만, 일정한 루틴이 있다는 것은 사는데 소소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 특히나 나 같이 계획적인 사람은 오히려 이런 패턴이 맞다.

  재미를 위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실패하고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와보니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마치 내가 매주 수제비를 먹는 식습관이 변하지 않는 것 처럼.


  설령 배가 터질지언정, 행복할 것 같다. 집에서 멀리 있는 수제비를 먹을 차가 있고, 돈이 있고, 짜투리 시간이 있어서 일주일에 가장 행복한 외식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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