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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04. 2023

비가 오면 생각나는 나의 동료들

남원 <옹팡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비가 오면 이상하게 지글지글 기름끼 가득한 뭔가가 생각난다. 이를테면 김치전에 막걸리도 좋고, 평소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입에도 올리 않던 치킨에 맥주도 좋다.

  다만, 이렇게 장마가 깊어가는 시기엔 집 근처 <옹팡집>에서 들려오는 고기 굽는 소리와 그 고기를 굽는 사람들의 시끌한 소리가 맛있게 들린다. 그래서 가끔은 평소에는 안 하던 초대를 하면서 직원들과 고기를 굽는다.


  그렇게 소그룹으로 모인 사람들은 삼겹살도 아니고, 오겹살과 특수 부위를 야무지게 굽는다. 애초에 주변 소음이 상당하기에 목소리는 당연히 커지기 마련이다.

  상관없다. 그러려고 모인 자리니까. 사무실과 다르게 목소리 톤을 높인다. 그리고 애초에 들리지 않는다면, 눈빛과 표정으로 이야기하면서 잔을 부딪히는 것으로 족하다.

  고기는 양념 맛일까? 각종 소스에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껍데기는 고추장이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먹는 쌈장은 포기하지 않고, 리필을 해 먹었다. 그리고 젓갈은 가끔 고기에 쏙 찍어 먹었다.

  아마도 고기와 야채와는 다르게 옛날 소시지를 굽는 것도 선택의 폭을 넓힌 매력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소주가 목 넘김이 더 좋다. 밍숭한 소주가 아니라 너무 시원한 소주라서 안주가 뜨거워야 제맛이다. 이미 서비스로 나온 계란찜이나 국물은 식어 버렸다.

  결국은 후식 라면으로 소주의 안주를 이어 갔다. 역시 고기와 탄수화물은 찰떡 궁합니다. 게다가 칼칼한 국물에 자동적으로 발사되는 감탄은 결국 아껴둔 소주를 개봉하게 만들었다.

  비가 고기를 불렀고, 고기가 소주를 마시게 했다면, 라면은 막판까지 놓지 못한 술자리에 미련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술은 술로 마무리가 되었다.

  사람이 인연을 만나는 것도 참 어렵다는 것은 살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스치듯이 지나는 인연에도 축하의 말을 건네는 우리다.

  적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넘게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동료와 술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은 우리에게 필요한 여유가 아닐까.

  집에서 가까워서. 또 맛도 좋아서. 찾아본 옹팡집에서 투정 부리듯 만든 여유에 술잔을 비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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