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노력의 벌써 일 년
"마지막 노력이 뭔가요?"
2023. 8. 18.
나는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한 송이 꽃을 받았고, 다른 이들에게 치킨을 먹을 정도는 얻은 수확도 있었다. 또 어색한 휴직 부서에서 차도 마시고, 애써 태연한 척 주변에 나의 근황을 알렸다. 다시금 출근길에는 떠난 동료의 꽃도 선물도 배달하면서 날씨만큼이나 유쾌한 오전을 보냈다.
아마도 그런 내 모습에 타인들은 그런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저토록 멀쩡한데, 왜 휴직을 했을까? 마지막 노력이라는 선언이 무색하게 난 내 40년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나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비난과 고단한 업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공허한 마음은 빈집에서 느끼는 허전함과 더불어 오는 만성적인 허리통증처럼 무기력하기만 하다. 솔직히 희망이 없었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온 신뢰감도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다 버릴 만큼 나는 모든 것이 싫었다.
아침에 눈을 뜨기 싫었고, 사람이 무섭고, 공간이 답답하고, 쉬운 일도 너무 복잡한 머릿속에 어느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산속에서 혼자 지내고 싶었다. 아마도 단절된 공간이라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산속에서도 평안할 것 같았다.
내 글을 검색하는 어떤 이들은 '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혹시나 더 다급한 마음의 병이 있을지 모르겠다. 포기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인 단어지만, 광범위하게 쓰기 때문에 그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 다만, 이 단어를 말한다면, 하고 싶지만 못 하는 것을 인정하는 단계도 필요하다.
나는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말. 솔직히 무엇을 포기하고 싶은지도 몰라서 혼란스럽고 외로운 이들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을 포기할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자동차 의무보험 기간 만료처럼 갱신이 필요했다. 우선은 나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할 수 있었던 것들과 하고 싶은데 못해서 부러운 것과 애초에 할 수 없었던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어서 인생 자체가 티클만큼이나 가벼워 보일 때. 난 인생은 적금처럼 매일 만원씩 넣는 것이라며 만기를 오늘 연장 중이다. 아직은 해지하지 않으며 다음 해을 기약한다. 그렇게 하루에 소소하게 포기하지 않은 365일이 그다음에는 종잣돈이 되어서 나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믿는 중이다.
마지막 노력.
정말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방치하고, 포기해도 되는 것을 난 미련 때문에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나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당신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