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새로운 만남으로 채우지만, 아쉬움은 술잔만.
인사이동으로 겪는 이별주
술잔을 채운다.
기왕이면 목 넘김이 좋도록 반 절에서 조금 채웠는데, 소맥은 어쩐지 손이 여러 번 가는 것 같아서 맛있게는 말지는 못한다. 그래서 난 거품도 없는 제조의 필요성도 없는 시원한 소주가 좋다. 술 병에 약간 살얼음 같은 냉기가 있는 소주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시금 술잔을 채웠다.
첫 잔은 전체를 위한 것이라면, 다음은 진짜 내가 따라주는 술이었다. 매년 혹은 분기를 나누어서, 난 만남과 이별을 함께 한다. 그리고 만남보다는 이별에 좀 아파한다. 어렵게 친해진 사람과의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은 아쉽다. 솔직히 다시금 사람을 알아간다는 노력과 시행착오가 솔직히 무섭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떠날 것 같은 인사철에는 떠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난 무척이나 관대하다. 그리고 최대한 뭔가를 먹여야 마음이 놓인다. 나름의 내 아쉬움을 적절한 표현할 줄 몰라서 그렇다.
기분 좋은 시간은 얼마나 있었을까? 그래도 이번에는 웃음이 많았던 때였다. 성별도 나이도 상황도 달랐지만, 배려가 가득한 시간들이 훅 지나갔다. 처음으로 반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기에 무심하게 잊고 살아도 좋을 것 같았으나, 못내 아쉬움에 술잔을 더 따르고 말았다.
술기운에 잔이 넘치듯이, 마음에 한구석이 짠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별주의 목 넘김이 개운치가 않은 것 같다. 모두의 잔을 받고 나면, 상대는 잊겠으나. 참 좋은 인연이었다고, 살짝 말했다. 아마도 다른 만남으로 또 다음의 이별주를 과거의 이야기로 안주 삼겠으나, 불판 앞에 앉은 모두는 기쁘게 사람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