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Aug 30. 2023

타이어에 바람 빠진 날

가끔은 불행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주말에 사무실을 가기 위해서 운전을 하다가 타이어 공기압 알림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다. 딱 보니 펑크가 난 것 같은데, 이 상태로 출근을 하긴 위험해서 그래도 일요일에도 수리가 가능한 타이어 전문점에 차를 주차했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서 출근시간까지 차에서 책을 보다가 직원이 나오고 나서야 내 차는 수술대에 올라간 환자처럼 점검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거 안쪽 측면 타이어가 터진 것 같은데요? 이럴 땐 어쩔 수가 없네요."


  아마도 그 뒤에 말은 타어어를 다 갈아야 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따져보니 2년 전에 타이어가 비슷하게 측면 펑크로 갈아 끼우긴 했었다. 대충 뒷바퀴만 갈아 볼까 했더니, 그동안 내가 참 많은 운행을 했던 것을 다른 타이어를 보고 느꼈다. 


  '아... 이제 신발을 새로 사줘야 할 시기구나.'


  생각해 보니 그 2년 사이에 난 휴직을 했었고, 여행을 갔었고, 지금은 제법 먼 거리의 직장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아깝다고 머리 굴릴 필요 없었다. 그냥 좋은 타이어로 바꾸면 되었다. 


  상황을 좀 복기해 보면, 나는 주말에 할 일이라고는 일뿐이라서 이른 아침에 사무실을 출근하려고 했다. 그리고 경고등이 떠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 비싼 돈 주고 타어어를 교체해야 했다. 팩트만 놓고 본다면, 난 참 재수 없는 하루였다.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한숨을 푹 쉬고는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이어리에 참으로 재수 없는 날이라면서 한탄을 했겠지. 


  물론 오늘도 그럴 수 있었지만, 난 좀 다르게 생각했다. 


  그래도 출근하면서 알게 되어서 긴급 차량을 부를 필요가 없었구나.

  일요일에도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그래도 기다리면서 책이라도 읽을 수 있구나.

  다행히 운행 중에 사고가 나지 않고, 타어어만 바꾸면 되는구나.

  휴직하고, 강원도 고성에서 제주도까지 뛰어다닌 내 자동차한테 신발을 바꿔 주는구나.

  어차피 당분간은 차를 바꿀 필요가 없으니, 타어어 걱정은 없구나. 

  이 정도 지출에도 딱히 부담이 되지 않는 내 주머니가 기특하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약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약을 먹는 것도 추천하면서도 생각을 조금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나도 그랬지만, 그게 잘 안된다. 화가 나는데 참으라면 참아지던가? 이해가 죽어도 안되는데, 받아들이라면 감사하게 넙쭉 납득할까? 아님을 알지만, 노력을 해보다는 말은 나 스스로에게도 하는 중이다. 


  운수가 참 나쁠 수 있지만, 역으로 오늘의 나쁜 운이 좋은 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차를 타니 어쩐지 승차감이 좋은 것은 기분 탓일지. 타이어 공가압 충전만큼 내 마음도 약간 바람 채운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은 새로운 만남으로 채우지만, 아쉬움은 술잔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