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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Oct 21. 2023

나는 사무실에 춘식이를 키운다

가끔은 커피를 마시다 춘식이 얼굴을 본다

  "마흔 넘은 남자가 춘식이가 뭐야?"


  사무실에 춘식이를 가지고 왔을 때. 대부분의 속 마음이었을 것이다. 귀엽다는 말을 하면서도 가끔 내가 빤히 춘식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기한 듯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왜 춘식이가 좋아요?"


  "음... 나랑 이름이 비슷하잖아? 춘노. 춘식이?"


  웃으면서 말하는 내 태도에 그것도 말이 된다는 듯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동글동글한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같은데, 왜 하필 춘식이였을까? 전에도 내가 글에도 썼지만, 내 이름이 이춘노이기에 춘식이라는 캐릭터가 더 끌린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밝게 웃는 모습이 닮고 싶었다. 어쩌면 나의 우울함을 감추기 위한 강도만큼 애정이 생겼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서울을 가면 용산역에서 배웅하는 친구가 꼭 춘식이를 선물했다. 작던지. 크던지. 친구의 우울함을 덜어 주려는 배려는 차곡차곡 쌓여서 방에도 차에도 이제는 사무실에도 춘식이를 키우게 되었다. 


  간혹 선배님들 중에는 화분을 키우는 분도 있다. 애정을 가지고 물을 주고, 가끔은 해도 보이려고 밖에 외출도 시킨다. 나는 솔직히 식물에 큰 관심이 없기에 받았던 화분도 모두 죽었다. 최근까지 그나마 살아 있는 것은 팀장님이 주신 다육이 정도이다. 일에 지쳐서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뜬금없는 화분에 물을 주는 선배들을 이상하게 봤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를 한다. 무엇이든 애정을 갖고 봐줄 무언가가 내 공간에는 필요한 것이다. 

  나도 어느 순간은 밝게 웃고 있는 춘식이 표정을 보면서 화났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 춘멍을 하면서 잠시나마 위로를 얻었다. 비록 움직이지 않는 인형이지만, 뭔가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가득한 표정에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마음을 진정하려고 여행도 갔고, 바다도 보았지만 결국 돌아온 곳은 이곳 사무실이었다. 그렇게 도망치듯 떠났지만, 이내 돌아온 사무실에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기 위한 내 노력을 이 녀석은 알아주겠지? 지친 일상에 나는 그렇기에 사무실에서 춘식이를 키운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키우나요? 


  적어도 춘식이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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