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언어를 모르지만, 대충 반갑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내 옆에는 처음 보던 인간 여성이 귀엽다고 손을 내밀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서 나도 그 인간 여성도 모처럼 미소가 생겼다.
불과 10분 전에 신규 직원이 나의 업무 인수 후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에게도 2014년에 신규 시절이 있었다. 썩 편하지 않았던 신규 시절 첫 임무가 기초연금 지침 숙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임자도 바빴고, 사수라 불렀던 직원분도 자기 일이 급한 상황이었기에 일단 공부를 하라고 준 지침이었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런 신규를 위한 교육도 없다는 것에 참 지방자치단체가 원망스러웠지만, 10년이 지나도 그 상황은 비슷했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복지직 인원과 업무가 늘어서 선임이나 팀장님을 잘 만나면 차분하게 현장 실무를 배울 기회가 생긴 다는 것이다. 특히나 각 파트에 업무에 전문적일 수밖에 없는 도시와 다르게 전반적인 업무를 다 알아야 하는 시골 면사무소는 신규가 배우기는 이만한 교육 장소도 없었다. 또 사수가 5년 차 이상인 직원이라면 신규 직원의 시행착오는 꽤 단축될 것이다.
신규 직원들은 출근부터 퇴근 사이에 쉬는 것까지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3주 동안의 신규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난 그러한 교육에 상당히 냉소적이다. 정말 교육을 하는 것이라면 실무가 전적으로 담보되어야 하는데, 일종의 단합이나 하나마나한 법령 공부에 시험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 사이에 남은 직원들이 빈자리에 업무를 하는 것은 덤이다.
그래서 인력을 원하지만, 절대적으로 신규 직원들은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그렇지만 함께하는 팀원이다. 내가 알려줘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내가 함께 일할 동료이기도 하다. 가끔 과거에 내가 신규 시절에 나를 알려줬던 팀장님과 통화나 메신저를 통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감사했다는 말을 전한다. 아무것도 몰라서 진땀을 빼던 시절에 내 모습은 지금 생각하다 아찔하다.
팀장님은 내가 언제 그랬었나? 하고 웃어넘기지만, 내가 신규를 마주할 기회가 많은 시점에서 그것도 참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구했던 배려였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그때는 그 팀장님도 실무진으로 일이 바쁜 시기였다. 그렇게 그건 시간이 지나가면서 더욱 그랬다. 모두 다 '라테는 ~ 말이야'라는 인생 커피를 한 잔은 가지고 있지만, 마흔한 살 8급 꼰대 아저씨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출생 연도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뀐 입장에선 뭐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있지 않을까?
터질 것 같은 신규 직원의 멘탈 관리 차원에서 가장 쉬운 등기 우편 보내는 방법을 설명하려고, 우체국을 향했다. 덤으로 희망이라는 물음표 고양이도 볼 겸 말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기자기한 면 소재지의 탐방은 의외로 짧다. 도시의 동사무소에 커피 한 잔의 여유 정도가 우체국을 갈 거리이다. 걸어서 가는 동안에도 맑은 하늘에 이대로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청명한 날씨였다. 불과 몇 달 전에 비만 내려서 비상근무만 하던 하늘을 원망하던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 신규 직원이 그 시기에 왔으면, 정 떨어졌겠지?'
속으로 웃으며, 우체국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희망 이를 보았다. 어디 꽃밥에서 굴렀는지? 꽃잎을 한 장 등에 붙이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꽃 묻은 고양이는 날 보면서 야옹 거렸다. 나도 그런 희망이에게 '야옹~'하며 응답했다.
짧게 우체국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나왔을 때는 희망이 등에 꽃잎은 어딘가 떨어졌다. 복잡하던 얼굴을 하던 신규 직원도 잠시나마 웃음을 찾더니, 꼬리를 말고 달려오는 고양이와 아쉽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꽃 묻은 고양이가 근심 가득한 인간들에게 그 꽃잎을 묻혀놓고는 가을을 즐기라는 말로 우리를 배웅했다.
'희망이 네가 가을을 타나? 아님 내가 타는지? 모르겠지만, 꽃잎은 잘 받았단다.'
그렇게 가을 타는 우체국 고양이가 알려준 계절의 변화에 마흔한 살 아저씨 마음도 잠시 흔들리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나도 남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