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식이 동생 사억이가 생겼다
평범한 어느 점심시간.
커피를 마시려고 직원들 틈을 지나다가 어느 아파트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중에 '4억 얼마'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아마도 가격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뜩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억이네'라고 생각하고 나서 춘식이 위에 올라가 있던 인형을 보고 생각했다.
'이제 이 녀석 이름은 사억이다.'
참 뜬금없이 지어진 이름. '사억이'
이 인형은 연말에 광주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샀다. 손으로 조물조물 거리는 기능과 귀여움으로 춘식이 옆에 두려고 샀는데, 딱히 이름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존재감 없었던 인형이었다. 그러다가 이름을 떡하니 지어주었더니, 친숙한 마음이 들었다.
날도 추운데, 이름도 생긴 기념으로 주머니에 쏙 넣어서 우체국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우편을 보내는 도중에 사진도 찍었다. 그러다 우체국 고양이에게 인사를 시켰더니, 무척 경계를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또 사진을 찍었다.
간혹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이런 귀여운 것을 보면 마음이 좀 너그러워지지 않을지. 그렇기에 나는 사무실에 춘식이를 두고, 민원 창구 쪽에는 내가 마련한 고양이 달력을 두고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챙기려고 했다. 혹시나 다급한 마음과 화난 마음이 좀 풀리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쳐다볼 틈이 없나 보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옆에 있는 화분도 꽃도 잠시나마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무심하게 핸드폰만 본다. 그리고 짜증과 화가 난 상태로 우리들에게 험한 말을 하곤 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나는 한동안 마음의 병이 들었다. 사람들이 무서웠고, 어쩔 때는 식은땀이 나는 상황에서 나도 덩달아서 분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내가 완전하게 마음이 평온해진 것은 아니지만, 춘식이의 미소를 보면서 틈나는 대로 웃는다. 이른바 춘멍을 하다가 다시금 민원인들을 보면, 친절해지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아마도 내가 귀여운 생물을 하나 더 내 주변에 두게 된 것은 스트레스가 더 있기 때문이겠지만, 우연하게 귀여운 물건에 이름을 지어주자 삶의 활력이 생겼다.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춘식이 위에 사억이가 생겼다.
힘들 때. 나를 응원해 줄 녀석이 생겼으니, 내일 하루도 힘이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