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수제비 먹고, 책을 본 사연
칼칼한 국물을 위해서 청양고추를 뿌려 놓았다. 이미 국물은 퍼런 다슬기 진액으로 가득한데, 마치 매운 짬뽕에 고춧가루를 한 스푼 뿌려 놓은 기분이었다. 확실히 붉은 국물보다는 식감은 자극적이지 않으나, 그 시원함은 푸른 맛과 비례하게 맛있다.
확실히 금요일 밤에 얼큰하게 취해서 해장을 위한 인내의 고통을 참은 보람은 있었다. 모든 것을 깨끗하게 비워내는 시간이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이렇게 내리는 겨울비도 참 익숙하지는 않다.
다음날도 비는 그치지 않아서 방구석에 누워 있으려다가 아침 출근보다 이르게 광주로 향했다. 잠들기 전에 서점을 가고 싶다는 짧은 생각을 했던 후였을 것이다. 눈을 뜨지 마자 서점을 가고 싶었다. 인근에는 그나마 광주가 제일 큰 서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광주 광천터미널로 갔다.
도착해 보니 직원들이 분주했다. 매장으로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가 잡히지 않아서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하고 있었다. 책을 다루는 고운 손으로 어찌 산전수전 겪은 고양이를 잡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말 각고의 노력으로 고양이는 검거되었다. 아마 직원이 아끼는 물건까지 동원해서 한껏 발톱을 세운 녀석을 진정시키면서 밖으로 내보냈다. 이른바 강제 출국인 셈이다.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이 고양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턱시도를 입은 고양이는 서점을 구경하고 싶어서 왔을까? 음식점도 아닌 서점에 온 고양이 손님에 다들 들고 있는 책과 시선은 따로 놀았다.
비가 오는 하루에 그것도 신년의 주말에는 잔업도 했고, 수제비도 먹었고, 서점에 갔고, 책도 샀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과 메모를 위한 크기 다른 노트를 가방에 담아서 뿌듯하게 돌아갔다.
시인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
추억의 군고구마를 사 먹을까 하다가 그건 참았다. 좋았다는 것이 이번주는 이미 꽉 차버려서 나머지는 다음 주에 채워 넣으려고 말이다.
"비가 아직도 쏟아지는 주말의 밤. 여러분은 비와 함께 뭘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