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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an 20. 2024

내가 만난 고양이들

왜? 내 눈에는 고양이가 그토록 많이 보일까.

  점심 식사를 위해서 찾은 식당에 새끼 고양이들이 우리를 마주치고는 당황해서 어미에게로 달려갔다. 귀여움을 한껏 뽐낼 아이들이 자세히 보니 애잔한 눈병과 푸석한 털이 보였다. 어찌해주고 싶으나, 녀석들에게는 난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고양이도 그렇지만, 사람들도 그렇다. 완전하게 혼자서 잘 살아가는 존재가 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존재가 있다. 아마도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감사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저 생명들에게는 그게 힘들어 보였다. 아마 한 공간에서 사는 노랑이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들이 있는 곳이 식당이고, 먹는 인심은 넉넉해서 먹이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자연의 냉혹함은 어린 냥이들에게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도시의 고양이는 마냥 다를까?

  내가 항상 다니는 길에 족발집 고양이와 아귀탕집 고양이는 역시나 털이 푸석하다. 나름 털 관리를 했을 아귀탕집 고양이는 돌에 올라가서 일광욕을 하지만, 도로의 자동차에 위험이 도사리는 것은 역시나 피할 수 없다. 매일을 그렇게 사람과 자동차를 피해 가면서 외줄을 타는 이 고양이는 무심하게 사람들을 쳐다본다.

  이런 와중에 천수를 누리는 길냥이도 있다. 이른바 집고양이도 아니고, 길냥이도 아닌 집길냥이다. 항상 상담을 위해서 마을을 돌다 보면 만나는 것이 고양이다. 집에 들어가면 낯선 사람이 들어서도 피하지도 않고, 주인도 아닌 집주인을 따르는 얼굴 두꺼운 냥이들이다.

 

  하는 짓이 참 귀엽다. 아니 능글 맞다. 배고프면 밥 달라고 '야옹'거리는 것은 기본이다. 집에서 가장 빛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서 집주인 행세를 하다가 막상 다가가면 살짝 피하는 츤데레도 있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로부터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마에 큰 상처 하나쯤은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터프함도 있는 집길냥이는 털고 반들거리고, 배도 빵빵해서 건강하다 못해 뚱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같은 고양이인데, 길을 전전하는 고양이와 집길냥이는 뭐가 달라서?


  유심히 그 모습을 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이유는 집주인의 사랑이 었었다. 밥만 먹고 후다닥 도망가는 얄미운 녀석이라도 할머니들은 이렇게 부르셨다.


  "이쁜 나비야. 어이쿠 이쁜 우리 나비."


  간혹 노랑이로 불리기도 하고, 검둥이로 불리기도 하고, 호랭이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도 다 같은 나비다. 어쩌면 사람도 고양이도 혼자서 잘 살아가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고양이도 사람도 서로의 존재에서 삶의 힘을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만난 고양이와 사람은 그리했다. 집길냥이와 어르신들은 서로 끈끈하게 의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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