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수도권에서 레이를 타고 먼 길을 왔다. 그것도 올해 들어사 가장 막혔을 황금연휴에 말이다. 아마 이렇게 밀릴 거라 생각했으면 날짜를 다른 날로 잡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몇 시간의 대화를 위해서 와준 친구에게 뭘 대접하면 좋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막회집으로 갔다.
보통 횟집은 회만 먹으러 갈지 모르겠다. 룸에서 모두 모여 소주를 마시면서 회와 매운탕을 먹는 것을 코스로 생각한다면 이곳은 다양하고 조금은 특이한 이 집의 반찬으로 지나고 나면 또 가고 싶은 단골집이다. <강변막회>라는 상호명처럼 막회가 주로 나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준수한 대접하는 입장에서도 감사한 곳이랄까?
오후 늦게 온 친구에게 소주도 없는 막회집을 가는 이유를 말하긴 난 이렇게 말했다.
"라면 맛집이야."
물론 여러 번 먹어본 기억이 있는 친구는 알아서 이야기를 듣고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밀렸던 서로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사실 그렇게에 먼 길 온 것이다. 마흔이 넘으니 주변에는 고민하나 털어놓기 어려워서 간혹 혼술을 하면서 잠드는 일도 있으니까. 든든한 대나무 숲에 털어놓으면 마음이 좀 시원해지는 것 같으니까.
나는 올해 많이 아프고, 친구는 자리를 옮겼고, 그렇게 상반기를 넘기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막회를 먹으면서 아쉬움에 콜라로 짠을 하면서, 그 와중에 사이다를 섞어 먹지 않는 섬세함으로 과료는 피했다. 하지만 이후에 라면은 피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나는 매운탕에 신라면 사리를 잘 넣는다. 물론 라면에 기본이면서도 밍숭한 매운탕에 이만한 조미료가 없으니까. 그런데 아쉽게도 신라면은 없었고, 다행히 농심 라면사리가 있어서 오늘따라 진한 매운탕 국물에 잘 어울렸다. 한껏 쭉 국물을 빨아들인 라면을 조심스럽게 풀어서 내어준 김치에 먹으니 밥도 필요 없는 최고의 후식이었다.
생각해 보니 친구와 나는 항상 마무리를 라면으로 했다. 막회야 정말 가끔 먹었던 별미라면, 라면은 비싼 음식이 아니라도 배고프면 먹었던 최애 음식. 마치 우리의 우정을 대변하는 메뉴랄까?
항상 같은 이야기 같지만, 새로운 나의 친구와 30년을 수다를 떨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했던 것처럼. 나는 라면도 친구도 매번 새롭고 즐겁다.
이 정도면.
횟집을 라면 먹으러 간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
친구는 다시금 레이를 타고 떠났지만, 다음을 기약했으니 그땐 또 다른 라면을 먹으면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