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 입구는 우리가 지킨다

면사무소 고양이로 사는 이유

by 이춘노

하늘에서 눈이 오고, 차가운 비가 내리고, 다시 눈비가 그쳤다. 그 눈비를 맞고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요즘은 코가 간질간질하다. 그러면 어김없이 내 영역인 화장실과 농민상담소에 인간들이 북적인다. 자라는 풀을 어떻게 심는지 나이든 인간부터 젊은 집사들까지 이곳을 지나친다. 그리고 어김없이 비료 냄새와 봄 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겨우내 자란 아이들은 면사무소 집사들이 챙겨준 사료와 물을 배부르게 먹고는 뒷산으로 뛰어나간다. 차가운 눈과 흙만 보다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파란 풀과 움직이는 곤충들이 신기도 하겠지만, 제일 내가 기억이 남는 것은 나비가 날아가는 모습이다. 잡힐 듯 앞발에 닿지 않는 녀석을 쫓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곤 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걷기도 힘든 상태지만, 어릴 적 그 순간이 기억이 남는다.


나른한 오후에는 해가 보이는 입구에서 볕을 쪼인다. 화장실로 연결된 입구는 요즘 열어 두지 않아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지만, 지나던 인간들은 우리를 보고 웃는다. 우리는 그저 이곳에서 쉬고 있을 뿐인데, 좋아하고 귀하게 여겨준다. 어릴 적에 나의 어미도 근처에서 살다가 이곳에서 나를 낳았다. 그리고 내가 굶주리고 있을 때 면사무소의 어느 집사가 나에게 밥을 주면서 이곳에 살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서 살게 된 이유는 단순히 먹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존재만으로 기뻐하며 챙겨주는 집사들의 손길이 따뜻해서 남았고 아이들을 낳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구역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적과 힘든 싸움을 했지만, 결국은 남아서 면사무소 입구를 지키고 있다. 갑자기 나와 사투를 벌인 순대국밥 고양이가 떠올랐다. 얼마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지금은 감정이 없다. 그 녀석도 살기 위해서 나와 싸웠던 것이니까.


오늘은 볕이 좋아서 털을 고르는 와중에 아이들이 시끄럽다. 아직은 집사들의 손길이 무서워 도망을 가지만, 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저 아이들이 저렇게 뛰어놀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집사들의 손길을 애써 피하지 않는다. 이제 꽃이 피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 무더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다시금 차가운 흙냄새가 나는 추위에 힘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차가운 흙냄새를 풍기며 일어나지 못했던 나의 어미처럼, 나도 눈을 뜨지 못하더라도 지금은 이곳에서 아이들과 볕을 느끼는 이 순간이 좋다. 해가 지고 모두 모여 체온을 나누며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내가 본 그 나비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