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꽃잎이 피는 순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은 앞다리가 불편해서 상자에서 나오는 일은 드물지만, 하얀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에는 어김없이 긴 여정을 떠난다. 아직 아이들은 면사무소 뒤편 밭과 언덕 정도가 활동 반경의 전부지만, 오늘은 내가 어릴 적 어미와 갔던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나는 그 길이 좋아서 나무에서 꽃이 피는 소리가 들리면, 두 밤을 꼬박 채우는 머나먼 길을 떠난다. 그렇게 한 번씩 여행을 다녀오면 면사무소 집사들이 뭐라고 잔소리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밥을 단단히 먹으라고 이야기했다. 길을 가는 동안 먹이는 없으니 든든하게 먹어둬야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내가 말했던 나비가 피는 나무 길을 너무도 가고 싶어 했다. 나도 나의 어미가 항상 말하던 그 길을 가기 전에 그러한 들뜬 마음이었다. 면사무소 마당을 지나 파출소 고양이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도로를 건너 우체국에서 중국집 고양이도 만났다. 소문에 순대국밥 집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데, 제법 큰 녀석이 자꾸 울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지체했다.
이곳에서도 나는 제법 나이가 있는 고양이다. 그러다 보니 사이가 좋았던 고양이도 한바탕 영역 다툼하던 녀석들도 만나고 지나치길 반복했다. 그리고 긴 다리를 건너갔다. 사실 고양이는 인간이 가는 길을 잘 걷지 않는다. 인간들에게는 인간의 가는 길이 있고, 고양이들에게는 고양이가 가는 길이 있지만, 물을 건너는 방법은 이 다리를 건너는 것뿐이라서 항상 조심스럽다. 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단속하며 무사히 물을 건너고 인간들이 건너는 길 아래에 우리들의 길로 조심히 걸었다.
찹찹한 시멘트 길로 쭉 이어지는 하얀 나비를 닮은 나무 꽃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 가끔 날리는 그 꽃잎을 아이들이 앞발로 잡아 보려 애썼다. 흩날리는 꽃잎에 앞발을 당겨 잎 하나를 잡고 코에 대어 봤다.
향기롭다.
사료의 달콤함이나 차가운 물의 촉촉함을 한 군데 모아놓은 그 꽃잎을 입에 물고 잠시 걸었다. 어릴 적 그 활짝 핀 나비 나무는 아니지만, 지금 내 아이들처럼 나도 어미와 가던 길이 행복했다. 그렇게 목이 마르면 물길을 따라 할짝할짝 물을 마시고, 가다 쉬기를 반복했다.
밤이 되자 내가 어미의 마지막을 봤던 낡은 집이 보였다. 인간이 살지 않는 오래된 집에서 나의 어미는 나와 마지막을 보내고 나 혼자 돌아왔다. 깨어나지 않는 어미를 앞발로 밀어보고 울어도 봤지만, 어미의 마지막은 차분했다. 집사들도 인간들도 모르는 어느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묘생을 마감했다. 그건 나의 어미의 어미도 그 어미도 그랬단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될 것을 알기에 아픈 다리를 끌고 아이들과 이곳을 찾아왔다.
꽃이 피는 나무가 화창한 어느 날을 무척 좋아했던 내 어미를 떠올리며 올해도 찾아왔지만, 다음 해에도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무심코 불편한 다리를 혀로 핥아 본다. 그리고 오늘은 이곳에서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집사들이 있는 면사무소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