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전통 시장에서 잔치국수

남원 용남시장 <행복한 밥상>에서 전통시장 국수를

  아파서 쉬는 날이었다. 병원도 가야 했고, 몸도 찌뿌둥하니 그냥 시장표 수제비가 생각났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남원 장날인 4일과 9일의 어느 날. 식사도 거르고 하루를 훌쩍 보냈던 상태라서 간단하게 뭔가를 먹고 싶었다.

  그렇게 수제비 가게를 찾아서 문을 스르륵 열고 들어가니, 이미 만석이었기에 그냥 그대로 문을 닫고 정처 없이 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렇다면 모처럼 칼국수가 맛있던 시장 주차장 입구에 식당을 찾았는데, 그곳은 당분간 영업을 안 한다는 문구만 덩그러니 있었다. 허무한 허탕이었다.

  다시 마지막으로 주차를 하면서 문 앞에 간이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국수를 먹던 곳이 생각나서 찾아갔다.

  이미 이곳은 마지막 손님을 받고 정리 중인 상태였고,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그릇에 남은 국물을 후루룩 드시는 중이었다.

  "잔치국수 하나요."

  주방은 이미 설거지로 바쁜 상태였고, 아마도 나까지만 손님으로 받고는 더는 영업을 안 하실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 몫이 나올 순간까지 테이블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깔고도 시간이 남아서 가게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여섯 시 내 고향에서 찍었을 것 같은 리포터들과의 한 컷들이 큼지막하게 사진으로 뽑아서 붙여 놓으신 것도 신기했지만, 시장의 주차장 입구에서 몇 평 안 되는 가게에 꾸준하게 사람으로 붐비고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인연이지 싶었다.

  뚝딱뚝딱 뭔가를 담아내고 시골 쟁반에 반찬과 잔치국수를 담아서 테이블에 올려 두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테이블을 정성껏 닦을 필요는 없었는데 모처럼 시골 쟁반상을 받아보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맑을 국물에 파가 투박하게 썰어 들어갔고, 양껏 담아준 양념장을 정가운데 올려놓았다. 그리고 국물과 섞기 전에 멸치 육수의 진한 감칠맛을 느끼고는 짭조름한 양념에 시원한 한 젓가락을 이어갔다.

  확실히 잔치국수는 후루룩 몇 젓가락을 순삭 간에 먹어야 제맛이다. 이것이 후딱 먹고 기차나 버스를 타야 하는 과거 간편식 아녔을지.

  어린 시절에는 역 앞에서 혹은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서 차 시간에 맞춰서 급하게 먹을 때 허기를 달래는 유일한 식사였다. 물론 우동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동보다는 잔치국수가 더 맛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정차 시간이 좀 길게 있던 대전쯤 승강장에서 팔던 국수가 얼마나 맛있던지. 툭툭 썰어 넣은 파처럼 보기에는 투박해도 추억의 맛은 재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나마 그 맛이 가장 비슷하게 남아 있는 것이 전통시장 같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보다 더 빨리 국수를 마시듯 먹고는 나오면서 생각을 했다.

  이 국수마저 못 먹었으면, 오늘 나는 너무 쓸쓸했을 것 같고 말이다. 수제비도 칼국수도 못 먹었는데, 국수도 못 먹었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문뜩 가게 상호명을 보며,  오늘 하루 운이 좋았던 나는 그렇게 행복한 밥상을 즐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