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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Nov 23. 2024

나만 짜장면 곱빼기네요

남원 <본가>에서 중화요리를 먹다

  아침을 먹지 않지만, 그래도 일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평소에는 딱히 허기지는 일은 없었는데, 상담이 많았나 보다. 팀원들과 중국집을 가기로 하고선 짜장면을 골라 놓고는 무심코 곱빼기를 덧붙였다.

  어차피 짬뽕이나 볶음밥보다 싼 가격에 곱빼기 더해봐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호기롭게 주문하고는 고민이 되었다. 너무 배부르면 어쩔까나? 차라리 짬뽕을 먹을까?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보니 큼직한 그릇에 면 위에 소스가 가득하다. 어느 틈에 내가 젓가락을 넣어 비벼야 할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나무젓가락을 검정 소스 안으로 넣어서 빙글빙글 돌렸다.

  하얀 면에 소스를 섞어가며 정성을 다해서 비벼 놓으니, 윤기가 가득한 짜장면이 완성되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후루룩 입가에 양념 다 묻어가며 요란하게 먹었다. 보통으로 시켰으면 서너 번 젓가락질에 끝났겠지만 난 곱빼기다.

  그렇게 든든하게 한 그릇을 비웠는데, 무심코 본 짬뽕에 국물이 맛나 보였다. 인생은 그렇게 내가 먹은 짜장면 곱빼기보다 옆자리에 짬뽕이 더 맛있어 보였다. 그것을 마흔이 넘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와 가슴은 매번 차이가 있다.

  사실 요즘 마음이 무겁다. 찌릿한 가슴 통증이 하루를 무겁게 시작하게 만들지만, 잠들 때까지 풀리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

  글도 써지지 않는 매일의  고민 속에서 잠시 생각한다. 내가 먹은 짜장면과 먹지 않은 짬뽕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흔이라는 나이에도 난 곱빼기를 먹고도 인생을 고민한다. 그래도 짜장면은 너무 맛있었다. 그거면 된 거 아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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