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Nov 09. 2024

찬바람이 불면 뜨끈한 뼈다귀탕

남원 <25시 뼈다귀탕>에서 해장을

  바람이 분다. 아침에 지리산 자락에 짙은 안개가 생길 때면 느낌이 온다.


  '아. 오늘 낮은 참 날이 청명하겠구나.'


  여름의 바람은 시원하지만, 가을 그것도 겨울 직전에 부는 바람은 차갑고, 좀 서럽다. 한동안 맨살을 드러내고 다니다가, 점점 옷을 껴입고는 털 찐 고양이처럼 몸이 부풀어 올라도 추위는 그 틈을 파고든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국물요리가 생각나는데, 난 직장 근처에 있는 <25시 뼈다귀탕>을 찾는다. 춥고 풀리는 일교차에도 저녁을 함께하는 형님과 국밥 종류에 커피 한 잔이면 그만한 행복도 없으니까.

  국밥충이라고 했던가? 한동안 유행하던 단어지만,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래도 집 근처가 순대국밥집이 있어서 자주 갔으나, 오늘은 별미로 뼈다귀탕을 골랐다.


  국밥 종류는 모두 그렇겠지만, 역시 잘 익은 깍두기와 매운 고추에 쌈장이 기본이다. 그리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살짝 넘치듯 나오는 정 가득한 메뉴. 들깨가루를 풀기 전에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는 것은 첫맛을 느끼기 위해서지만, 시원한 시래기가 들어간 국물은 항상 진리였다.

  자극적이지 않는 국물 속에서 고기를 뼈에서 발라서 먹기 좋게 분류하다가 소스에 살짝 찍어 먹는 맛은 달달하다. 고기가 달달하다는 것은 술이 설탕처럼 술술 넘어간다는 것과 같을까? 아마도 그래서 국밥과 소주는 짝꿍인 걸지도 모르겠다.


  고기에 한 입.

  국물에 한 숟가락.

  뽀얀 밥에 국물을 살짝 적셔서 먹는 한 입과 더불어 소주 한 잔.

  그리고 가끔 입가심으로 먹는 오이김치와 풋고추의 알싸함. 그렇지만 결국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듯이 맛에 퐁당 빠졌다.


  가을을 즐기는 요즘. 주말에 낮에는 맑은 하늘을 보고, 저녁에는 뜨끈하게 뼈다귀탕 한 그릇 하면 어떨지? 오늘도 청명한 하늘을 생각하며, 안개가 사라지길 기다린다.

이전 26화 내 마음 같은 볶음밥을 먹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