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각자의 근무지가 다른 30대와 40대가 섞인 공문 생산자들이 모였다. 근무지가 같을 때. 젊은 직원들이 뭔가 핑계가 필요했어서 단톡방에 '공문 생산자'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각자 일을 하기 바빠서 저녁 시간을 함께 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함께 근무지에 있을 때도 어려운 것을 인사가 나고, 찬바람이 부는 수요일 저녁에 자리를 만들었다. 각자의 가정도 있고, 업무도 많은데 어디서 결단력이 생겼는지? 말이 나오고 일주일 만에 착착 만남이 진행되었다. 우선은 메뉴부터 예약까지 일하는 틈에 다섯 명은 시나브로 서로에게 말을 주고받으며 장소와 시간이 정해졌다.
'수요일. 저녁 7시. 소문난 오돌뼈.'
나도 술을 먹을 거라서 차도 놓고, 약속 장소를 걸어갔다. 으슬으슬 추워지는 밤공기가 각종 행사와 업무로 피로한 나를 감기로 고생시켰지만, 오늘 약속을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는 길에도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항상 있지만, 만나기 어려운 녀석들. 마치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들처럼 오늘은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운이 좋았던 수요일 저녁에는 일단 삼겹살을 불판에 올렸다. 소주를 일단 시원하게 한 잔 마신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꽃처럼 피어 오른 계란찜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고는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에는 돌아가며 짠을 외쳤다.
고기가 반가웠을까?
차디찬 소주가 좋았을까?
아니면 서로 입을 풀고 싶었던 시간이 필요했을까?
굽기 바쁘게 술과 고기를 먹던 공문생산자들은 불판을 갈아가면서 갈비로 종목을 바꿨다. 평소에 배가 고프게 살 처지들은 아닌데도 참 맛있게 먹고는 막판에 다섯이서 라면 하나를 시켜 놓았다.
이유는 2차를 위한 배려랄까? 각자 마신 소주가 1병을 넘어서는 가운데, 해장은 2차로 미뤄두고 아쉽게 라면 면발 흡입 후에 국물 몇 숟가락 떠먹고는 술자리를 옮겼다.
역시나 뜨끈한 국물이 모자랐다. 오뎅국물에 감자튀김에 취향에 맞는 술을 하나씩 골랐다. 그렇게 소문난 공문생산자들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도 국물도 이야기도 고팠던 우리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오래 함께 하고, 친구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셨고, 연인보다 농담을 많이 나누던 사람들과 이제는 떨어졌지만, 당연하게 다음을 기약했다.
만나기 어렵지만, 너무 좋은 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를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와 내일들을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