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나루터>에서 참게 수제비와 다슬기전
숟가락으로 푹 수제비만 떠보려고 해도 참게 살이 함께 딸려 올라왔다. 뚝배기 열기가 식기도 전에 아마 나와 일행은 바닥까지 깔끔하게 비워 버리겠지만, 입안에 열기 가득한 이 맛은 좀처럼 잊지 못할 추억이다.
사람에게 취향과 기호라는 것은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수제비를 좋아하던 소년이 자라서 나이를 먹어도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마흔이 넘어도 고기보다는 한 끼 든든하게 먹는 수제비 메뉴가 더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른바 수제비의 국밥식 흡입. 뜨끈한 순대국밥에 소주가 생각나는 아저씨 모드가 수제비를 생각할 때도 발동한다.
뽀얀 국물이 매력적인 감자수제비도 그렇지만, 붉은 국물이 되어가는 여러 수제비 메뉴들은 솔직히 국밥처럼 숟가락으로 떠먹는 맛이 더 맛깔난다.
특히나 섬진강에서 먹을 수 있는 참게 수제비는 그 특유의 맛도 그렇지만,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게살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업소용 뚝배기를 손으로 들고 마실 수는 없으니, 소중하게 한 숟가락씩 조심히 떠먹게 된다. 그렇게 탄력이 붙으면, 계속 먹게 될 상황이라서 맛의 변주 삼아서 다슬기전은 꼭 함께 주문한다.
보통은 섬진강에서 파는 대부분 수제비는 다슬기 수제비이다. 그 맛으로도 충분히 제 몫하는 메뉴지만, 어쩐지 전과 함께 먹기에는 중복되는 맛을 온전하게 즐기기 어렵다.
확실히 참게 살과 다슬기를 알알이 씹는 것은 먹어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슬기는 꼭꼭 씹어야 맛의 풍미를 느끼지만, 참게 수제비는 수프처럼 후루룩 목젖을 넘기는 자연스러움이 있으니까.
그리고 다슬기전에도 간장이 있으면 더 맛나고, 수제비는 밥 한 공기를 함께 말아서 먹으면 국밥처럼 마무리를 할 수 있다. 나는 간혹 그렇게 수제비를 국밥을 챙겨 먹듯이 땀 흘리며 먹었다. 시장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본연의 맛으로 충분히 나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식사니까.
생각해 보면 김치수제비에는 밥을 잘 말아먹기는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국밥 같은 것은 아닐지? 국밥충이자 수제비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겨울철 새로운 국밥 종류를 생각하며 설날을 보내고 있다. 눈이 많이 와서 너무 기운 없는 1월의 마지막은 뜨끈한 수제비 국밥이 어떨지.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모두 든든하게 식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추천과 함께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