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아비꼬>에서 카레를
일본어로 여성 세 명이 까르르 웃었다. 일본인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레트로 카메라로 본인들 셀카를 찍는 와중에 귀에 쏙 들어오는 즐거운 대화를 들으면서 난 광화문의 서점을 찾아갔다. 난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에서 온 이방인들의 즐거운 대화에서 나의 행복도 미소로 전염되듯이, 가을은 멀리 온 나를 서점이 많은 광화문으로 이끌었다.
요즘은 서울에 오면 전철보다는 버스를 타려고 한다. 환승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인터넷으로 배차 정보도 알 수 있다 보니 불편함도 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서울 도심을 구경하고픈 마음도 이유로 자리한다.
버스를 타고는 한강을 지나고, 서울역도 지나고, 멀리서도 보이는 남산타워를 보고는 을지로역에 내려서 종각역 방향으로 걷는다. 그리고 앞선 일본인 관광객도 청계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고 있었던 순간에 옆을 지난 것이다.
가을 단풍을 제대로 만끽하면서 내가 가는 곳은 서점이다. 그런데 보통은 서점을 바로 들어가겠지만, 갑자기 배가 고팠다. 전날부터 쌀쌀한 가을바람에 감기 기운이 있었고, 기왕이면 든든한 식사가 필요했다. 밥이 있었으면 좋겠고, 매콤하고, 씹는 맛이 있었으면 하는 그런 메뉴?
결국에는 카레를 선택하고, 근처에 있는 <아비꼬>를 찾아 들어갔다. 올여름부터 방문하던 곳인데, 일단 이곳에서는 2단계 매운맛을 골랐다. 그리고 가라아게카레라이스와 바삭 감자크로켓, 궁극의 사이다까지. 3분 카레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이지만, 먹기 위해서 발품을 파는 나에게 이 정도 사치는 허락할 수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문밖이 보이는 자리에서 카레를 주문하고는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젊은 사람 보는 것이 흔하지 않은 시골 사람은 단순히 많은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마치 단풍색을 입혀 놓은 듯한 메뉴를 눈으로 감상하기 아깝지만, 바삭한 튀김과 매콤한 카레를 번갈아 먹어본다. 역시 입안에서 열이 확 오르는 것이 단풍 구경 나온 아저씨 마음을 붉게 물들게 만들었다.
사이다를 시원하게 마시고 서점 구경을 하며 책도 읽고, 구경하고 필요할 것 같은 물건 샀다. 확실히 가을은 색이 주는 묘한 안정감과 적당함이 나 같은 이방인도 웃게 만드는 것 같다.
낙엽이 지기 전에 가을 거리와 맛있는 음식과 서점 나들이는 어떨지? 작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