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5년 마지막 브런치 일기

2025년의 마무리에 구독자 3,000명이 되다

by 이춘노

'고객님의 세탁물이 정상적으로 완료됐습니다 000-000-0000 홈크리닝'


곤하게 낮잠을 자는데, 문자가 오는 소리에 깨고 말았다. 2025년 12월 30일. 안 쉬려고 했던 하루를 어제 대뜸 쉰다고 말하고, 나는 후배에게 예고한 대로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분명 아침에 애착 바지처럼 입어서 엉덩이 부분이 살짝 반짝이는 기미가 보이자 맡겼는데, 오후에 문자가 온 것이다.


'기왕이면, 오후에 갈 걸 그랬나?'

아마 맡겨 놓은 세탁물은 추워진 날씨로 현장에서 쉬라고 세탁 맡긴 코트형 외투일 것이다. 최근까지 입고 있던 외투도 2015년에 전주 객사에서 35,000원 주고 지금까지 입고 있다. 물론 무겁고 신축성은 없는 투박한 초겨울 외투지만, 입고 빨다 보니 결국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것 말고도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여러 물건들이 대체로 오래된 것들이 많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오래된 것들을 챙기느라 늦잠도 포기했으니까.


모처럼 나 혼자 병원에 가는 것이 미안해서 13만 km를 탄 2015년식 엑센트를 수리점에 맡겼다.


"점검하다 필요한 것 갈아 주세요."


내가 이 차를 사면서 항상 다녔던 블루핸즈에서 맡기니, 미션 오일이나 브레이크 오일, 엔진 오일, 점화 플러그 등을 교체해야 한다고 해서 잠시 걸어서 볼일을 보았다. 병원도 갔고, 지나다 만난 새끼 바둑이랑 숨바꼭질을 하다가 삼성 서비스 센터에 2년 된 핸드폰 배터리를 바꾸려고 갔다.


지금 쓰기 전에 쓰던 폰은 갤럭시 s7 엣지였다. 그것도 한 4~5년은 썼는데, 그 직전폰은 갤럭시 노트 1이었다. 11년의 시간 동안 폰을 딱 두 번 바꾼 거니, 나는 좀 오래 쓰는 편이랄까? 조신하게 쓰는 것도 있었지만, 배터리를 종종 바꾸면서 수명을 길게 쓴 습관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종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지금 폰도 2년은 더 쓸 예정이다.

수리 시간이 아직도 남아서 첫 발령지에서 먹던 시장표 수제비를 시켜서 허겁지겁 먹었다. 자동차 맡긴 곳과도 거리가 가까워서 먹은 것도 있지만, 일종의 루틴 같은 식사 패턴이다. 아마도 내 글을 종종 읽으신 독자라면 남원 용남시장의 달님분식 사진은 자주 봤을 것이다. 투박한 그릇에 양도 많으면서, 칼칼하고, 맛도 좋다. 이렇게 혼자 쉬는 날에는 와서 먹는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모든 일정이 마쳤다.


집에 와서는 꽤 오래 지낸 원룸에 방을 환기하고, 제법 신고 다녔던 아디다스 운동화도 세탁방에 맡겼다. 그리고는 누워서 내가 2020년 12월부터 해왔던 브런치를 감상했다. 새로운 글을 흘리듯. 혹은 관심 있게 읽어 나갔다. 물론 읽은 글에 하트를 날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깨어난 것은 세탁소에서 보낸 문자 소리였고 말이다.

그러다 다른 알림을 확인하다 보니,


'팔로워가 3000명을 돌파했습니다!'

'팔로워? 최근 구독자를 그렇게 표현하나?'

3,000명이라는 숫자보다 팔로워라는 표현이 더 먼저 눈에 갔지만, 이제 나도 브런치라는 공간에서는 제법 고인물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쁘고 감사하다. 내 글이 뭐라고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이른바 구독 알람을 설정하고 챙겨 봐주신다는 적극적인 표현을 싫어할 관종이 어디 있겠나. 나는 기쁘게 한 명이라도 빠지면 2,999명이 되는 나의 메인 화면을 캡처했다.


브런치 작가라면 공감하실 것 같지만, 보통 제일 기쁜 구독자 시기는 100명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열성을 가지고 브런치에 집중하던 때기도 하지만, 보통 100명을 넘기지 못하고 브런치를 접게 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만의 글 스타일을 바꾸면서 혹은 노출이 높아지면서, 아니면 너무 좋은 작품을 쓰시면서 1,000명이 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사실 나는 글 스타일을 바꾸진 않았다. 다만 주제를 좀 다양하게 쓰고, 운이 좋아서 적당한 노출도 있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을 쭉 써오다 보니, 못 할 줄 알았는데 3,000명이 나를 챙겨주셨다. 물론 내가 3,000명이라는 구독자가 있더라도 실제로 매번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은 100명이 조금 넘는다. 구독자 수가 곧 많이 읽는 글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살짝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마치 오래된 친구한테 잘했다는 칭찬을 받은 우쭐거리는 마음이 생겼다.


2025년.

아마 나는 글을 더는 쓰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작년부터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삶을 뒤틀었고, 그런 삶의 풍파에 휘둘리다보니 글 보다는 고통에 잠식되는 삶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한 주에 한 편은 써온 글이 544편이 되었다니! 그리고 3,000명의 사람이 이춘노라는 사람을 챙겨줬기에 이런 연말의 선물을 받은 것 아닐지. 나의 오래된 것을 못 버리는 마음이 오늘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부족한 글과 이춘노라는 인간을 이렇게 챙겨주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글은 포기하지 않고 쓸테니 쭉 읽어 주세요."


2025년을 보내며 내년을 기약하는 이작가는 새해 인사를 이렇게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