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아재의 설 연휴 맛

노총각이 설 명절을 보내는 방법

by 이춘노

연휴가 길다?

혹은 짧다?

내가 일을 하면서 최장 9일 정도는 쉰 기억이 있는데, 그것에 비해서는 이번 연휴는 비교적 평균적이다. 조삼모사일지 몰라도 설날이 2월 17일 화요일이다 보니, 그렇게 길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앞선 주말이 연휴로 포함되는 것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노총각의 명절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으시겠지만, 나를 아시는 분들에게 생존 신고 겸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툭 던지듯 나열해 본다.


남원은 4일과 9일이 장날이다. 그러다 보니 밸런타인데이라고 쓰여있는 14일은 보통 시장에는 장날로 빨간 동그라미가 있다. 명절의 시작점. 전통시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몰리고, 차도 몰려서 교통경찰의 교통정리가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이다.

나는 시골집에 물건을 두기 위해서 다녀오면서, 알파문구에서 이것저것 새로운 펜과 메모지를 몽땅 구매하고는 새로 생긴 정육점에서 육회 고기 반근을 사서 집으로 갔다.

'낮부터 너무 과한가?'

친구가 사준 양주를 한 잔 마시면서 낮술을 즐기면서 지난 서점 투어에서 눈여겨본 책을 여러 권 주문했는데, 하나하나 꺼내서 그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난 명절에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과 마음에 상처가 났는지? 책과는 좀 멀었던 시기에는 마냥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 이번 명절에는 책 좀 읽어보자 싶어서 내가 즐겨 쓰는 먹거리 글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국판 고독한 미식가라 생각되는 조영권 작가의 <국수의 맛>, <중국집>을 연이어 읽었다. 물론 세트로 구매한 책들이라서 <경양식집에서>라는 책은 추후에 읽을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것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요즘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나가서 두어 시간 정도만 사무실에서 일하고 오는 것은 기본값이다. 사회복지직이라는 특성상 명절 전에는 바쁘고, 그 출장과 일정 속에서 미뤄둔 것들이 많기에 야근이 싫다면 언젠가는 나가서 일을 해야 했고, 난 그것을 아침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럴 테면 새해의 다짐이랄까? 왜 있지 않던가? 5시 반의 기상으로 일어나는 기적 같은?

바쁜 일상의 틈에서 뒹굴거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 관련된 리뷰 같은 글을 차분하게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전국을 돌아다닐 일이 생기면 수제비는 꼭 먹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춘아재의 수제비 맛? 그런 책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관심 있는 출판사 관계자분 연락 주세요.)


그리고 이틀째는 비슷한 일상 속에서 저녁에 고향에 내려오는 친구를 만났다. 이번에는 친구가 내 글을 보고 특별히 챙겨준 발렌타인 17년을 받아 들고는 내가 즐겨 가는 고깃집에서 소주와 고기를 먹었다.

항상 회만 먹는 것 같아서 이참에 시끌벅적한 고깃집에서 맛 좋은 특수부위만 시켜서 먹었는데, 친구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사실 과거 생각이 났다. 돈 없어서 무한리필집에서 질긴 삼겹살을 먹던 우리들이 그래도 이렇게 호사스럽게 먹는다고 하면서 결국은 해장으로 라면을 먹었다.

술도 취한 나는 그날 푹 잤던 것 같다. 그리고 반복된 아침 일상과 독서. 그냥 해부학 수업이란 내용이 궁금해서 골랐던 책인데, 역시나 내가 생물 시간에는 잠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갑자기 생각난 중국집 음식 유튜브 알고리즘에 밖을 나갔다.

아마 <중국집>이라는 책 때문이었을 것 같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나간 나는 세트로 파는 짜장면과 군만두를 시켜서 야무지게 비벼서 먹었다. 사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짜장면을 시켰을 때 소주도 같이 마셨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왜 작가님이 항상 소주 한 병을 마시는지?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는 간혹 혼자라도 반주를 마시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날.

이른 아침 일찍 가서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는 짬나는 틈에 지난겨울에 쌓인 지를 고압세차로 털어 버렸다. 나름의 설날을 맞이한 기념식이랄까?

하지만 오늘은 나도 일을 한다. 공무원이면 보통 하는 산불 비상 대기로 설날을 보냈다.

이렇게 보면 연휴는 짧다.

5일이라는 시간으로 본다면, 어디 멀리 가서 여행을 가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집에서 드라마 정주행을 하더라도 두 작품은 보았겠지. 노총각의 명절이 별다른 것은 없지만, 그래도 책도 세권이나 읽었고, 밀린 일도 어느 정도 해놨고, 만보도 걸었고, 세차도 했으니 나름 알찬 명절 아녔을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다시금 찾아오는 주말에 서울을 갈 생각으로 기차표를 예매한 것으로 채워 본다. 이번에는 그냥 카메라만 들고서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 맛집이나 찾아서 먹고, 사진도 찍어 보련다. 어디가 좋을까? 인사동이 좋을까? (혹시나 토요일에 서울 인사동을 방문할 예정이신 작가님 계시면 연락 주시면 커피라도 마실 수 있습니다.)


확실히 춘아재의 설 연휴는 배고프고 나른하다. 그 맛이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은 좀 덜해서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 낼 하루는 더 남은 연휴를 책 한 권을 더 읽으며 슬슬 마무리하려고 한다.


러분의 연휴 맛은 어떠셨나요? 노총각의 쌉싸름한 시간의 맛과는 다르셨겠죠? 가끔은 그 표현 남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연휴를 마무리하면서 춘아재는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참 맛있는 연휴였다.'

* 작가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 덕분에 저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