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절에 <김밥천국>에서 저녁을 먹으며
뭔가 1+1인 휴일 어느 날.
조영권 작가의 <경양식집에서>라는 책을 다 읽은 무렵이었다. 다시금 주문한 책이 주말에도 온다고 알림이 왔다.
'휴일인데, 택배가 오네'
일을 하시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경양식집에서>라는 책을 2월의 마지막날 잡았는데, 금방 읽을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문한 책이었다.
<나의 투쟁>.
히틀러의 책으로 이름은 역사 공부하면 항상 듣는 제목이지만, 어쩐지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찜찜함에 사면 안될 책 같았는데, 역사 덕후인 내가 못 읽을 책이 어딧나 싶어서 호기롭게 주문했다. 그런데...
1147페이지다.
과거에 민법을 공부하면서 봤던 조문 수와 비슷한 그리고 두께였다. 그럼에도 난 아마 이 책을 조만간 다 읽을 것 같다. 그건 민법 같은 공부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이번 주에 바쁜 시간을 내서 읽고 또 볼 것이다.
독서는 나에게 휴일 같은 순간이니까.
사람이 그렇다.
참 단순하고, 무모하고, 이기적이다.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면, 승진도 했을 것 같은데 난 그러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만 줄 곳 이렇게 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아마 작가라는 꿈을 포기 못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다들 그리 산다고 주변에서 말도 하지만, 실상은 내 주변에 작가라고 불려지는 사람조차도 현실에 타협해서 본업은 열심히 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다지 미움받는 것이 싫어서 결정권은 타인에게 미뤄두고, 아무리 상황이 나쁘더라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결말. 그것은 일도 취미도 인간관계도 포함되었다.
좋아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만 하던 시절에 많은 인연이 스쳐 갔다. 친구도 있었고, 연인도 있었고, 지인이나 동료도 있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보는 것처럼 지냈으면 좋았겠지만,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억지로 욱여넣는 상황으로 상처받고, 아픔도 주던 시절. 난 왜 그랬을까?
설령 좋지 않게 헤어진 상황이라도 만나서 덕담 주고받으면서 쿨하게 헤어졌다면 좋겠다는 마음과 과거의 청춘의 한 페이지가 너덜너덜하지 않게 포장되고 싶었다는 건 내 욕심이겠지?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난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외로움이 무뎌지는 시점에 타인이라 믿었던 사람의 아픔이 미안함과 쓸쓸함으로 남는다. 그때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몰랐고, 아껴야 하는 것을 소중하게 다루지 못했다.
결국 내 불찰이다.
살면서 후회는 잘 안 했는데, 그때의 무지가 안쓰럽다. 아무리 그게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그럴까. 반성처럼 참 다양한 책을 섞어서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읽는 책도 내 취향만 고집하면 발전이 없으니까. 그래서 취향 둘에 꼭 하나는 엉뚱한 분야의 책을 하나 골라서 본다. 그것이 하나의 타협이랄까? 아니 외로운 춘아재의 교훈이라 하자. 아무리 좋아해도 하고 싶은 것만 할 순 없으니.
그렇지만 오늘은 비도 오고, 추억도 떠올라서 라볶이에 김밥 한 줄을 시켜 놓고는 야무지게 먹었다. 이렇게 먹는 김밥천국에서의 저녁은 스스로에게 주는 행복 티켓이니까. 이 정도는 살짝 타협해 본다.